부산 거주중인 경남 토박이인 저.
몇 년전에 동대문에 거주중인 서울 토박이 여자친구랑 사귈때였습니다.
일 때문에 서울 방문을 매년 꾸준히 한 편이었지만 거의 당일치기 출장으로
강남 및 인접 도시만 다녔던터라
여자친구가 부르게 되면서
생전 처음으로 데이트만을 목적으로 서울을 방문해보게 되었는데요.
연애를 하면서도 주말 밤낮 없이 바쁜 여자친구의 직장도 강남 쪽이라
제가 볼일을 마칠때쯤 저녁을 같이 먹고 집까지 바래다줬다가 저는 부산 복귀.
루트였어서 제대로 구경하게 된 생경한 동대문 일대는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구경시켜주던 여자친구는 '닭한마리' 맛집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자고
했어요.
굳이 치킨이라고 하면 될 걸 닭한마리? 하고 따라간 저는 생전 처음으로 그 음식을
보면서 닭이 들어간 슴슴하게 맛난 국물 요리를 '닭 한마리'라고 부른다는 걸.
몇 안 되는 서울의 향토 음식이면서. 서울에서도 이 일대에서 기원한 음식이란걸
알게 됐습니다.
부산과 다르게 발을 다 감쌀 정도로 쌓인 눈과 찬 바람에 코끝이 빨개져 있었는데
그때 한 숟갈 뜬 국물의 개운함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이후 여자친구랑은 안 좋게 헤어지고, 지금은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있지만.
닭한마리는 아직도 가끔 생각납니다.
부산에도 닭한마리 집이 몇 군데 있길래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동대문에서 찾아갔던
그 낡고, 좁은 노포에서 느낀 그 진한 맛이 안 나더라구요.
그렇다고 이젠 연고도 없는 그 동네를 닭 한마리 하나 먹자고 찾아가기도 애매하고.
서울 지인 분이 제 소개로 부산에 한 노포에서 돼지국밥을 맛있게 드셨는데.
서울 돌아가고 나선 그 맛이 어디에도 안 찾아진다고 짜증난다 하셨었는데
저랑 비슷한 심정일까 싶어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