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하고, 태평양 전쟁이 종전을 맞은 오늘,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정부는 극렬 이슬람 테러조직인 탈레반에 공식적으로 항복을 하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인근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7월 1일 야반 도주 하듯이 철수를 하여, 아프간 정규군에게 모랄빵을 안겨준지, 정확히 한달 반만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도와줄수는 없는 노릇이고, 언제가는 아프간 정부군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할 날이 올 것이기는 했지만, 문제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시점이 마침 아프간의 새로운 대통령이 주도한 개혁이 효과를 발휘하여, 아프간 군의 부패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일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사례만 봐도 사실 아프간 정권에 미군이 벌어주었던 20년의 시간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다. 한국이 미군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방력이 북한을 압도하기 시작한 시점이 대략 1980년대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대략 한국전쟁 휴전으로부터 3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후인것이다. 그마저도 한국의 기적같은 경제 성장 덕분에 빠르게 도달한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이 최초의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킨 이후 취임했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5년 중임의 대통령 임기를 마친후, 런승만, 박정희처럼 독재자의 길을 걷지 않고 투표를 통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에게 권좌를 넘겨주면서 정권 이양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어 정치 환경이 안정화되고 있던 도중이라고 할 수 있다.
초대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는 미군 주도의 과도 정부 수반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 별 다른 검증이 없었기에 이승만 정도의 막장 지도자까지는 아니었지만 부정 부패를 막는데에 실패한 무능한 대통령이었다. 특히 그의 동생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아편 생산에 앞장섰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었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되는 원조가 중간에 빼돌려지는 것을 그냥 방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후임인 아슈라프 가니는 그에 비하면, 여러모로 카르자이보다 훨씬 나은 대통령으로 보인다. 그는 카르자이때 방치되다시피 망가진 아프간 정부군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 아프간 정부군 코만도 부대를 정예 부대로 키우는데에 성공하였다.
그래서 2021년 1월 경만 하더라도 아프간 군은 단독으로 소탕작전을 전개하여, 아래 뉴스와 같은 전과를 올리기도 하였었다.
[카불=신화/뉴시스] 이재준 기자 =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남서부 2개 주에서 소탕작전을 전개해 탈레반 반군을 적어도 58명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고 국방부가 29일 발표했다.
국방부 성명에 따르면 아프간 국방보안군(ANDSF)은 전날 남부 칸다하르주 단드, 아르간다브, 판지와이 지구에서 반군 격퇴작전을 펼쳐 탈레반 52명을 죽이고 16명을 부상시켰다.
정부군은 작전 과정에 급조폭발물 19개를 해체하고 반군 벙커 3곳을 부셨으며 차량 3대와 오토바이 5대, 무기와 탄약을 파괴했다.
또한 아프간 공군은 서부 파라주 발라 불루크 지구 셰완에서 28일 저녁 주행하는 반군 차량을 공습해 탈레반 6명을 섬멸하고 3명이 다치게 했다.
이런 아프간 정부 발표에 대해 탈레반 측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아프간 내전 감시단체 RiV(ReductioninViolence) 그룹은 전날 전역에서 16건의 치안사고가 발생해 민간인 최소 6명과 아프간군 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12명의 정부군이 부상했다고 한다.
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루 빨리 손을 때고 싶었던 미국의 조 바이든 이 또라이는,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가 주장했던 데로 빨리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아프간 정부군이 버틸 수 있을거라 판단하고, 미군이 유일하게 아프가니스탄 내에 주둔 하고 있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을 철수시킨 것이다.
사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육군의 경우 트럼프 재임시절 철군이 이뤄져,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유일한 미군은 바그람 기지의 미 공군 뿐이었는데, 어차피 이지역에도 미공군 기지가 필요하기도 하였기에(이란의 오른 쪽 옆구리이며, 중국의 위구르 점령지쪽에 붙어있는 유일한 공군기지) 바그람 공군기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참이었다.
설사 바그람 공군기지를 버리더라도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공중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변함이 없기에, 미공군이 효율성을 생각하면 바그람 공군기지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라고 아프간 정부와 군관계자는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은 허울 뿐인 이 완전 철군이라는 단어가 그리도 좋았는지, 바그람 공군기지마저도 버리는 악수를 두고 만다.
그것도 가장 최악의 형태인 야반도주의 형태로 말이다.
2021년 7월 1일 바이든은 아무런 철군 통보도 없이 무슨 기습공격을 펼치듯, 바그람 공군기지의 모든 장비를 유기하고, 병사들의 몸만 빠져나오는 철군을 단행한다. 갑자기 그 큰 기지가 아침내내 쥐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고 조용해, 인근 주민들이 부대에 걸어들어가, 미군이 유기한 각종 장비, 물품을 보고 나서야 미군이 야반 도주한 것을 알아차리고 SNS등에 미군이 밤사이에 도망갔다고 떠들썩하게 올린 것이다. 그것을 보고 아프간 군 관계자들이 미군이 완전 철수한 것을 알아차렸으니, 얼마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겠는가?
이 야반도주가 아프간 정부군에 준 모랄빵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전쟁으로 치면, 지휘관이 병사를 내팽게치고 야반도주한거나 다름없었다. 지휘관의 야반도주로 한국전쟁 당시 군단의 모든 예하 부대들이 무기를 버리고 산속으로 도주하여 군단이 녹아내렸던 현리전투와 같은 일을 바이든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실행해버린 것이다.
만일 바이든이 바그람을 공군기지를 설사 버리고 철수하더라도, 미리 대대적인 철군 행사를 치르고, 아프간 정부군에게 기지를 이양하는 행사를 공식적으로 하면서 아프간 공군을 이후에도 미군이 적극 도울 것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미공군을 철수시켰다면, 아프간 정부군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제 아프간군이 미군 앞잡이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 여겨 새로운 정신 무장의 계기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한편 이런 미공군의 야반 도주는 탈레반으로 하여금 엄청난 사기 진작 효과를 주었다. 이때부터 아프간 정부군은 진짜 싸워보지도 않고, 탈레반에게 전면 항복을 하기에 바빴다. 차라리 허울뿐이라고 하더라도, 바그람 공군기지라는 타이틀만 유지했다면 이런 식으로 탈레반의 기세가 오르고 정부군이 녹아내리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