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프는 약간의 난청이 있어서
발음이나 발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이야기로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다
그런 와이프와 대화하고 있노라면
종종 내가 말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다는 걸 느낀다
이런 부족한 어휘와
웅얼거리는 내 발음들을
다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은
와이프가 눈치가 빠르고
잘 캐치해서 그런거겠지
- 근데 그런 덕분에
내가 말을 걸지 않았는데도
와이프가 내가 말을 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저 시원하게
방귀 한 번 뀌었을 뿐인데
와이프가 두다다다 달려오며
"응? 불렀어?" 라고 하면
민망해서라도 그냥
아,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얼버무린다
여보 미안
- 정신분열 환자로 산다는 것은
매 시간, 매 순간, 그리고
평생동안 스스로를 불안요소라고
인식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TV와 뉴스에서 나오는 범죄자가
조현병 환자였다는 이야기가 들릴때마다
내 모습도 그들과 다르지 않으니
나 역시 언제라도 까딱 잘못하면
저런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체감한다
조현병을 앓고 있으면
가급적 주변에 알리는 것이
주변 상황을 안전하게 만드는 법인데
말은 쉽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 역시 약간의 사소한 불편이다
- 이사를 가야하는데
지금 집이 전세집같은 넓은 월세집이고
동네를 감안하면 월세도 싼 편이라
비슷한 집을 구하기 여간 쉬운게 아니다
결국 같은 동네지만
주변 상권은 더 좋으면서
3~4평은 좁은 집으로 가게 되었다
버려야 할 게 많은데
버릴것이 없다
하나하나 귀하게 장만한 물건들이다
얻는게 있으니 포기할 것은
포기한다는 생각으로
이사가게 될 것 같다
사소하게 불편하지만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 난 키가 작은 편이다
아니, 아주 명확하게 작다
168이면 사는데 지장 없지만
그래도 평균 이하이고
일을 구할때도 조건 다 좋은데
키가 작아서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봤자 사소한 불편함일 뿐이다
...근데 사는 바지마다 세탁소에서
기장을 줄여야 한다는 건
정말 짜증이 한가득 나는 불편함이다!
- 슈로대를 끝내고 심심하던 중
눈호강이나 하자는 생각에
언차티드4를 다시 해보기로 했다
네이트와 엘레나가 언성을 높이는데
와이프 : 맞아,저 여자 이름이 엘레나였지?
그 때 내 머릿속엔
슈로대에서 죽은 와이프의
이름을 외치며 싸우던
건X소드 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다
와이프가 옆에서 중얼거리던 와중에
난 난데없이 반의 성대모사(...)를 하며
이렇게 외쳤다
엘레나!!!!!
옆에서 내 어처구니 없는
성대모사를 들은 와이프는
야 이 XX야!!!!!
하지 믈르그!!!!!!!!!
라면서 볼록한 내 복부를 향해
갓핑거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글의 마무리는 언제나
유머글이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