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의 밤 _ 박창선
새벽이 섬뜩해진 것은
자판을 두드리던 광기가 걷히고야
심장소리마저 멎었음을 깨달아서겠지
아침이 두려워진 것은
방 안 가득 메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비틀린 모습을 마주 볼 용기가 없어서겠지
걷기만 하는 몸뚱어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는지
탐하기만 할 뿐인 삶은
살아있다 할 수 있을까
굶주림에 추해질지언정
너의 삶을 물어뜯진 않으리
허기짐에 쓰러질지언정
너의 삶을 물어뜯진 않으리
시체들의 밤은 진다
시계 종소리에 아침이 피듯
기괴한 울음소리에게
지배당해 버린 거리에도
태양이 떠오른다
늘 그렇듯
시체들의 밤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