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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귀를 스치는 바람에 대하여 (1) 2022/12/01 PM 05:26


귀를 스치는 바람에 대하여 _ 박창선



고물 라디오에선 생전 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무언가 특별히 이끌리는 점은 없었다

꽃이 흐드러진 화단에서, 그 단조로운 풍경 속에서

우연히 눈이 간 노란 꽃 한 송이처럼

더 화려하거나, 더 향기롭거나, 더 강렬할 것 없는

눈 감았다 뜨면 놓쳐버릴 바람이었다


나는 따분한 시간을 건너는 뱃사공처럼

유유히 흐르는 커피향에 섞여 바람이 멎고

이내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렸지만

담배 냄새 짙게 풍기는 목소리는 끝끝내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비밀은 사람을 홀린다고 했던가

덕분에 나는 우연히 만난 바람과 한동안 동행하게 되었다


모든 순간이 그렇듯

흥얼거림은 희미해져갔지만

네게도 어엿한 이름이 있겠지

모든 잊힌 것들이 그렇듯

네게도 어엿한 지은이가 있겠지

한 명이라도 들어주면 족해라고 말을 하면서도

정점이란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었을

우린 부끄러움을 내보일 만큼 용감하지 않으니까


고물 라디오는 오늘도 실컷 떠들고

시간을 표류하는 사공 쓰디쓴 커피를 기꺼이 삼킨다

담배 연기 뿌연 목소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바탕 실컷 떠든 후에야 노래를 튼다

여전히 낯선 노래를,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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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yna R.S    친구신청

리듬감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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