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산다면 _ 박창선
겨울에 산다면
겨울에 산다면
너 나 없이 얼싸안아
자그마한 온기라도 나눠 보고
지독한 추위에 산다면
지독한 추위에 산다면
너 나 없이 웅기중기
모닥불 곁에 앉아
낭만을 논하고
낭만을 논하고
또 낭만을 논해도
재가 되어 휘날릴 밤
그 밤이 저물도록 덧없이 이상을 논해도
갸륵하디 갸륵할 숭고함이라 부를 텐데
그러나 영원한 겨울은 없듯
불현듯 봄은 올 텐데
그때 나는 무슨 꽃을 피워야 하나
타들어가는 장작의 마음도 모르고
타오르는 불꽃이 아름답다 말하는
당신이 야속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