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비가 오면 그렇게 신났는데.
후두둑 쏟아지는 빗줄기에 정신 나간 놈처럼 뛰놀곤 했는데.
홀딱 젖어 매번 혼나면서도 비 오면 또 좋다고 뛰어나가곤 했는데.
머리가 좀 크고 나니 아침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짜증부터 난다.
우산 쓰고 가기 귀찮은데,
신발 젖으면 하루 종일 찝찝한데,
웅덩이라도 잘 못 밟았다가 물 튀면 얼룩 다 지는데...
눈도 비슷하게 싫어졌다.
아니, 눈은 군대 영향이 큰가?
아무튼 눈만 봐도 마냥 즐겁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눈 녹고 난 후의 귀찮음만 자꾸 떠오른다.
찌들어간다는 건 참 멋대가리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