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 _ 박창선
내가 사는 동네에선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길거리 아이들이나
방구석 노인네들이나
모두가 쉽게 죽음을 얘기하지만
닥쳐오면 도망가기 바쁠 거면서
하지만 아닌 척해야지
이곳은 위험한 동네니까
너무도 위험한 동네니까
내가 사는 동네에선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가난에 찌든 자나
몸져 누운 자나
소리칠 힘없는 자들을
언제든 뜯어먹을 준비가 되어있지
잔인하게, 또 은밀하게
혹독한 겨울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겠어
이곳은 위험한 동네니까
너무도 위험한 동네니까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매일 같이 총소리가 들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길 건너편에 유리창이 깨어져도
골목길 어귀에서 비명이 솟구쳐도
주머니에 한껏 손 찔러 넣고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야 해
눈 마주치지 말고
눈 마주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