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고기니까 _ 박창선
하늘 향해 힘차게 뛰쳐 올라
청춘 가득 담아오지만
가만 누워 바라보기만 해도
파랗고 파랗고 파랗고 파란 건
바닷속 모래밭에도 잔뜩인 걸
푸름을 한껏 뽐내는 너의 마음을
여전히 모르겠어
허파를 파고드는 따스함은
못 견디게 괴롭기만 한 걸
비린내 나는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녹았어도
나는 물고기니까
쪼그라든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뱉어내도
부르튼 입술이 좋아
너는 물고기였고
나는 물고기니까
너를 향한 동경은 거품처럼
수면 위를 향할 테지만
뱉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꼴사납게 쪼그라들면 뭐 어때
헤엄은 누구에게나 발버둥인 걸
고고하게 치켜든 백조의 심정은
여전히 모르겠어
두 눈을 찌르는 태양빛은
못 견디게 괴롭기만 한 걸
비린내 나는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녹았어도
나는 물고기니까
잔뜩 쪼그린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뱉어내도
부르튼 입술이 좋아
너는 물고기였고
나는 물고기니까
몇 번이고 녹았어도
여전히 짜디짠 바다에서
못 견디게 그리워질 때
바늘을 콱 삼켜볼까 해
너는 물고기였고
나는 물고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