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_ 박창선
무책임한 단어의 나열을 삼키며
무너져 내리는 몸을 잡아끈다
처방전에 적힌 노력이란 두 글자는 어찌나 쓴 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게워내고 말았다
어쩌면 예비가 아닐지도 몰라
다른 이의 부서짐만을 고대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우린 설계도 밖으로 버려졌을지 몰라
녹는 것만이 우리의 가치일까
섬뜩한 상상에 다시금 진통제를 깨물었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토닥여줄 당신도 잃은 채
아픔을 곱씹기엔
나는 너무도 여리고, 여렸나 보다
바닥에 널린 진통제를 움켜쥐어
깜빡이는 하루를 연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