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모조
닮지 않으려 애쓰는 나와
닮으려 애쓰는 네가
이내 마주치리란 운명이
나를 슬프게 하고
또 나를 설레게 한다
힘겹게 엮어낸 단어를
아득히 초월할 완벽한 모조
방직기가 뿜어낸 천처럼
이내 삶을 휘감고 말 텐데
손 빈 공인(工人)처럼
망치라도 들어야 하나
발 빠른 상인처럼
수제라고 포장해야 하나
허둥지둥하는 사이
성큼 다가온 물결은
거친 소용돌이 되어
찢고, 삼키고, 깨부수겠지
탄생과도 같던 울음이 그치면
아픔은 백사장 되어
또다시 뭇사람들의 발자국을 품을 테니
그건 참 슬픈 일이고
그건 참 설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