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지 않는 이
비행기가 높아
비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
귀띔해 줄 사람도 없던 걸까
나라가 물에 잠겼는데
나라님은 온데간데없다
권세에 취해
눈 길조차 주지 않으니
막을 둑도 터지고
건질 것도 놓치니
온 나라가 비탄에 잠겼다
비가 오지 않아도 내 탓
비가 너무 내려도 내 탓
탓이라도 하시라
고개 숙이는 것이 덕목이지만
보지 않아도 훤하고
듣지 않아도 뻔하다
허수아비 세워두고
네 탓이다 네 탓이다
한껏 꾸짖겠지
나도 너희들처럼
굿이라도 펼쳐볼까
자격 없는 자가 자리에 앉아
재앙이 닥쳤다고
무령이라도 흔들어볼까
악귀 놈들 헐레벌떡 뛰쳐나와
법봉을 휘두르도록
악귀 놈들 동네방네 뛰쳐나가
나팔을 불어 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