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캐치볼
슬며시 내민 글러브에
냅다 강속구를 던지는구나
퍼렇게 멍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연신 강속구를 던지는구나
내가 던진 밋밋한 공
있는 힘껏 후려친 뒤
아무도 없는 베이스를 향해
신나서 달려가는 너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제멋대로 던지는 공
코앞에 불쑥 뻗은 글러브
무엇 하나 캐치볼답지 않아
온통 승부뿐인 세상에서
나는 그저 캐치볼이 하고 싶다
나는 너를 바라보고
너도 나를 바라보고
때론 한 걸음 더 다가가고
때론 한 걸음 더 떨어져서
내가 아닌 너를 위해 던지는 공
홈런도 아웃도 없는
그런 공을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