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3
뜻밖의 소용돌이가
너를 집어삼킬 때
허둥지둥 버튼을 눌렀지만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집어삼킨 듯
까드득 까드득
섬뜩한 비명을 내뿜으면서도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사냥개들이 달려들어
잔해를 먹어치우고는
손해를 들먹거렸다
손이 끼인 것도
발을 헛디딘 것도
판이 쏟아진 것도
네 탓이란다
가슴에 박혀버린 자책도
뇌리에 박혀버린 공포도
현장에 남겨진 공기마저도
다 네 탓이란다
모두 다, 모두 다 네 탓이란다
어느새 멀끔해진 기계 앞
새파랗게 어린 신입이 서 있다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어
비상 버튼을 마구 두드렸지만
기계는 계속 돌아갔다
멈추는 것 하나 없이
그렇게, 그렇게 돌아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