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
대기권을 벗어난 배처럼
숨이 가빠 올 때면
모선을 놓친 선원처럼
두려움이 닥쳐올 때면
먼지가 된 듯 초라해지고
섬이 된 듯 고독해지면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나는 홀로일 수 있는지
지구는 여전히 배를 당기고
신호기도 쉼 없이 울린다
초라해진다 하여도
외로워진다 하여도
이따금 새들이 찾아오니
섬은 눈물짓지 않는다
세상은 홀로일 수 없는데
나라고 홀로일 수 있을까
혼자라는 커다란 착각
홀로일 수 있다는 오만
파도는 저절로 우리라 하네
태풍은 저절로 우리라 하네
별자리가 아닐 별도
은하수 흐른 길
잊지 말자
세상은 결코 점이 아님을
나는 기어코 증명해냈으니
우리가 어찌 홀로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