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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시퍼런 봄 (0) 2024/02/19 PM 07:20

시퍼런 봄



어느 새부터 우린

반짝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된지도 참

오래되었다


부사는 오글거린다며 생략하니

삶은 퍽 단조로워졌고

주어는 중요치 않다며 생략하니

뜻 모를 목적과 참담한 결과만 남았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자아는 깎이고

우둘투둘 솟아오른 감정은 두들겨 맞아

평탄해진 우리는 말을 잊은 복사기

쉴 새 없이 문장을 쏟아내어도

제 것이라 부를 게 없네


반짝이지 않는 우리는

눈 맞추는 법도 잊고

껴안는 법도 잊어서

보잘것없는 짐승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울지마라

시퍼런 봄아

봄은 더 사랑할 때이지

미워할 때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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