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변호
열 밤을 자고 나야
어른이 된다던데
꿈만 꾼 탓에
늙기만 한 걸까.
제자리만 맴도는 뒷모습
초라하기만 하다.
흘러넘칠 곳을 잃은
눈물은 귓가에 맺혀
이명(耳鳴)을 울리고
도망칠 곳을 찾은
변명은 종이에 스며
이명(異名)을 새기네.
시대는 저물어만 가는데
필명은 새겨지질 않는다.
나는 깊이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얕은 필적은 아무도 모른다 하여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사랑했던 걸까.
순백을 더럽히던 다짐이 무색하게도
나는 여전히 꿈속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