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기록
그는 오늘도 실패를 적었다.
불길이 사그라들듯
얼음이 녹아내리듯
그를 향한 기대가
시간에 변질되어
조롱으로 변했어도
그는 여전히 실패를 적었다.
허공에 다리를 놓듯
헛발질만 수백 번
잡히지 않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그는 어렴풋이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끝내 실패하고 말리란걸.
그럼에도 그는 공책 빼곡히
자신의 어리석음을 적었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적었다.
훗날 이 작은 공책이
시금석이 될지
낙서장이 불과할지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그는 오늘도 실패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