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은 만원, 비극은 십만원
위태로운 외줄타기 끝엔
찬란한 갈채가 있을까.
후들거리는 다리를 달래
공중제비 돌고 보니
천장이 핏빛으로 물드네.
나는 떨어져버린 슬픈 광대.
저들의 시선이 너무도 무섭소.
저들의 동정이 너무도 무섭소.
저들의 조소가 너무도 무섭소.
몰려든 조명이 너무도 무섭소.
어서 막을 내려주오.
어서, 어서, 제발...
뒤집힌 하늘에
검붉은 노을이 져도
밤이 찾아오지 않는
잔인한 백야에 묻힌
초라한 광대.
헌화는 삼만원.
사진은 오만원.
입장은 십만원.
섬뜩한 안내 문구 내걸린 무대에선
녹음된 광대의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