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화
우리는 어쩌다
슬픔마저 팔아야 하는 걸까.
우리는 어쩌다
슬픔마저 숨겨야 하는 걸까.
잔뜩 찌그러진 우리는
눈물을 담을 곳도 잃어버린 걸까.
SNS에 올린 우울한 글귀는
순간의 관심으로 증발하고
가볍지 않을 타인의 비극은
쏟아져내리는 장면이 되어
겉면만 타고 흐르다
사건을 안고 기화되었네.
모두가 수증기처럼 흩어지고
슥슥 밀어내고 나니
남은 건 텅 빈 알림창 뿐.
담을 곳 없는 우리는
늘 굶주린 채로 머무네.
기화된 감정들이
추적추적 비가 되어 내린다.
우리는 이미 그렁그렁 한데
얼마큼 퍼부어야 눈물이 가려질까.
얼마큼 차올라야 모두의 슬픔이 될까.
가라앉고 나면, 마음껏 울어도 괜찮겠지.
그래서 너도, 나도 헤엄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