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우리가 헤매는 것은
여태껏 본 적 없는
이상기후 때문일까.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은 폭염 때문일까.
손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것은 폭풍 때문일까.
악을 써도 메아리 치지 않는 것은 폭우 때문일까.
어제는 숨 막힐듯 메마른 날이었다가
오늘은 몸 가누기도 힘든 바람이었다가
내일은 눈 뜨기 조차 버거운 비가 되겠지.
우리는 뒤엉킨 계절 속에
피고 지는 법을 잊은 꽃봉오리.
슬며시 내밀어본 잎사귀는
때이른 한파에 바스라진다.
누구도 겪어본 적 없는
이상기후 때문일까.
우리는 왜 이리 멀어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