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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불감 (0) 2024/09/03 PM 05:12

불감



아침부터 들려온 이른 죽음에도

애써 슬퍼할 기운이 나질 않았다.

더듬어보아도 이어진 연이 없다며

덤덤하게 덮어놓을 뿐이었다.


정각마다 울리는 종소리처럼

사람들이 떨어진다던데

일상으로 스며든 괴담처럼

어느덧 멀어버린 한쪽 눈.

잔뜩 찡그려보아도 가늠이 안 된다.

얼마나 멀어진 건지.


헤엄칠 겨를도 없이

끄집어진 나는

어느새 이리 차가워졌던가.

한 줌의 부끄러움은 남았던지

연거푸 뻐끔거렸다.

아니, 헐떡거렸다.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나는 비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시 한 편 떠놓고,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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