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
종이비행기는
그럼에도 날았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며
하늘이 고개를 저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다며
구름도 고개를 저었다.
종이비행기는
그럼에도 날려달라 했다.
단단한 돌벽에 부딪쳐 고꾸라지면
다신 날지 못한다.
물 고인 웅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영영 날지 못한다.
접힌 날개를 편다 하여도
젖은 날개를 말린다 하여도
다시는 예전처럼 날지 못한다.
그럼에도
종이비행기는 날았다.
두려움을 떨쳐내듯 훨훨
황홀한 궤적을 그으며
찬란한 비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