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기
냉혹한 밤이 와도
너무 슬퍼하진 말아요.
태양의 시체를 끌어안고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니까요.
봄을 기다리는 씨앗처럼
그 위를 덮은 한 줌 흙처럼.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도
우리는 흩어지지 말아요.
녹지 않는 걱정 가득 짊고 살아도
마음은 여전히 타올라야 하니까요.
둥글게 무리 짓는 펭귄처럼
반푼이라 놀림받는 펭귄처럼.
달궈진 난로 곁에 모여
보글보글 끓어오른 농담을
가득 담아 서로에게 건넨다면
잔뜩 굳었던 표정도
후후 부는 입김처럼 풀리겠지요.
유난히 긴 겨울이 와도
너무 미워하진 말아요.
저도, 그리고 당신도.
겨울은 누구에게나 추운 법이니까요.
-
올겨울은 어쩌면 더 혹독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서로를 너무 미워하진 맙시다.
안을수록 따뜻해지는 겨울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