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解氷)
눈사람 같은 사람.
추위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
당신이 기꺼이 봄을 기다린다면
나는 당신에게 모자를 씌워드리겠어요.
눈썹도 그리고, 코도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찾아와
둥그런 미소를 붙여드리겠어요.
기꺼이 녹아 샘물이 된다면
연두빛 풀잎이 되어
분홍빛 꽃잎이 되어
하얗던 봄을 칠해 보이겠어요.
눈사람 같은 사람.
추워야만 살 수 있는 사람.
당신이 겨울을 붙잡으려 든다면
나는 당신의 모자를 빼앗겠어요.
눈썹도 떼고, 코도 떼고
지푸라기라도 뽑아내
꽁꽁 언 아이 손부터 녹여보겠어요.
기어이 얼어붙은 동상이 된다면
붉은빛 횃불이 되어
노란빛 물결이 되어
기나긴 겨울을 몰아내겠어요.
눈사람 같은 사람이여.
겨울에 머무르는 사람이여.
당신은 기꺼이 샘물이 되어줄 건가요.
나는 당신을 이른 봄이었다 적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