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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시] 기록물 8 (0) 2025/08/07 PM 05:57

기록물 8



흰 눈이 소복히 쌓일 적에

빨간 꽃이 피었다.

우리를 꼭 닮은.


나는 가녀린 꽃잎을

어루만지다가도

녹지 못한 한을 불어

너를 시들게 할까

보다 먼 봄으로 밀어두려 했다.

그러나, 너는 추위를 몰랐기에

제멋대로 발발거리며

태양보다 눈부시게

내게 오곤 했다.


그래,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 모든 순간에 겹쳐지듯, 해묵은 기억이 떠올랐다.

변명으로 덧씌워진 아버지의 수첩 속에서도

두 글자만은 깨끗했었지.

그것만은 진심이었던 걸까.

여름이 피어나 눈을 녹인다.

빗물이 떨어져 꽃잎이 젖는다.

그러나 괜찮다, 꽃은 시들지 않으니.

켜켜이 쌓였던 겨울이 천천히 흐른다.

가야만 했었던 시절로.


암실을 휘감은 소란으로

필름은 기록을 잃었고

기호로 불리던 녹화는

비로소 너라는 이름을 찾았다.

양은 더 이상 홀로 울지 않았고

수첩에는 비로소 봄이 적혔다.

나는 이제야 당신이 그립다.

아프지 않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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