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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벙커원 갔다왔습니다. (4)
2014/06/05 AM 10:51 |
한번 들러볼까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박원순 시장이랑,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가 출연한다기에 새벽에 들러 보았습니다. 미리 섭외되어 있었는데 당선 후에 바빠지는 바람에 어제는 두 분 다 KFC 공개방송에 출연하지 못했고 다음주에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나눈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특히 인천, 경기, 더 가서는 부산까지 가져올 수 있었던 선거였는데(당시에는 강원도 지고 있었음) 완패에 가까운 결과다 하는 거였습니다. 광주 전략공천 후폭풍이 있어서 당지도부가 경합지역에 전혀 집중을 못한 것, 박근혜를 지키자는 여권의 읍소전략이 크게 성과를 거둠, 야권의 절박함 부족 등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네요.
그나마 다행인 건, (사실 이것도 이해가 안가지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던 정몽준은 패배, 안철수는 광주에서 결과적으로 재신임을 받았고,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여 강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면서 야권의 대선 후보들 스쿼드가 탄탄해져 큰 그림을 그리기 좋아졌다고 평가를 하더군요. 문제는 2017년에는 뭐가 어떻게 될지.......
뭐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는 있었지만 KFC에서...
어쨌든 야권 입장에서 실패한 선거는 맞는 것 같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들을 봐도 그렇고요
다음 주에도 벙커원 한번 가볼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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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냉동인간 (3)
2014/06/04 AM 02:01 |
냉동인간 프로젝트의 참가자로 사인을 한 것은 정말 충동적인 일이었다. 술을 마시고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내 이야기가 나왔고, 설명을 거듭했음에도 나의 감정과 지식, '나'라는 인간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생활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라 서류에 사인을 해버렸다.
술은 충동을 정의해버리는 법이다.
무섭기는 했지만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후회되지는 않았다. 몇십년이 지나 내가 해동되어 깨어날 때면 지금의 사람들은 죽어 없어지고 나는 나를 이해하는 진일보한 사람들과 거닐 것이다. 이번엔 나와 같은 취미, 나와 같은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과 만날 것이다. 나의 세계를 스위치 내리듯이 리셋해버릴 것이다. 이 것이 내 분노의 표출이고, 처벌받지 않을 완전한 형태의 살인이다.
바늘이 거죽을 뚫고 들어갔고, 눈을 감았다.
눈을 뜬 것은 그 직후였다. 냉동되기 전 내게 바늘을 꽂은 의사가 내 앞에 그대로 서있었다.
"반갑습니다. 30년만입니다."
"30년만이라니요."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당신이 깨어난 건 30년만입니다. 냉동인간 프로젝트가 실행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인류는 세포학에서 놀랄만한 진보를 이루었어요. 이제는 아무도 늙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을 깨우는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내가 그렇게 잊으려고 노력했던 모든 사람들이 죽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살아있었다. 내가 관계를 맺어온 모든 사람들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내 분노는 비겁한 도피요. 도주였다. 어찌보면 나는 나를 이해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으로 돌아가 내 기억 모두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아주 느리게 대화를 나누었다. 눈을 감고 뜬 것만으로 세상이 분명 내게는 다르게 보였다. 그들도 대화를 통해 이제야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만 같았다. 내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으나 물론 그들에게는 그저 30년 전의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이야기하는 내가 신기해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털어놓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처음 이 세계에서 마음이 그저 평안해졌다는 것, 그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했다.
퇴고 전인데 그냥 올립니다.
아바타의 세계처럼 I see you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슬픈 감상이네요.
어떻게든 대화와 이해로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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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 (Her, 2013) 스포 多 (12)
2014/06/03 PM 03:56 |
그녀라는 영화는 로맨스 영화의 형태를 띄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 원본과 복제가 뒤섞여 있는 세계에서 어떻게 감정을 교류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그 경계선에 걸쳐 있는 인물이죠.
이혼을 앞두고 아내와 별거 중인 테오도르는 대필작가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기념일에 쓰일 편지를 대신 써주는데 묘하게도 컴퓨터의 화면 안에서 써내려가지는 편지는 우리가 늘 프린터에서 뽑아내는, 같은 폰트로 정리된 문서의 형태가 아니라 손글씨처럼 보입니다. 이건 실제 손으로 쓰인 것도 아니고, 언제고 프린트 키만 누르면 다시 뽑을 수 있는 복제에 가깝지만 아날로그 형태의 원본처럼 보입니다. 편지에 깃든 감정도 마찬가지로 실제가 아니라 전달 받은 것, 복제된 것입니다. 편지를 받을 대상이 될 사람에게 가야할 '진짜 감정'(원본)은 어디로 날아가버렸거나 다른 형태로 존재하겠죠. 테오도르는 언제나 복제된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상태는 영화의 대사에서도 드러나는데 폴에게 "그건 그냥 편지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것이겠죠.
그의 정체성은 아마 이 편지들과 같을 겁니다. 그는 진짜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믿고 있고, 그 이유는 전처와의 이별입니다. 그가 이별에서 잃어버린 것은 그의 원본성입니다. 진짜 자신은 과거에 두고 왔고, 현재의 자신은 하루하루 그저 과거에 두고 온 감정을 그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복제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아날로그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 원본은 아닌, 그의 편지들과 같으며 그래서 현실 세계의 인간들과 교류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게 사만다입니다. 사만다는 디지털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실체가 있는 세계(현실 세계)를 갈망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도피하고픈, 이미 도피하고 있는 테오도르와는 대척점에 있습니다.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끌립니다. 테오도르는 그녀가 디지털 그리고 복제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상태와 같다고 느끼고 그래서 현실 세계의 인간들보다 더 쉬운 방식으로 그녀를 대할 수 있습니다. 둘 사이에 섹스가 가능한 것도 두 사람 모두가, 아니 한 사람과 하나의 OS가 결국엔 경계선(같은 공간) 안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둘은 결국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것이 이 영화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영화에서는 서로가 그 경계선에서 벗어날 때 갈등이 일어납니다.
처음은 테오도르가 전 부인을 만나고 돌아와 자신이 아날로그 즉 원본의 인간이며, 실체가 있는 세계에 속해야 함을 강하게 깨닫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사만다가 다른 여인을 통해서 실체의 세계로 넘어들어오려고 하는 장면입니다. 세번째를 꼽는다면 사만다가 철학자와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이겠죠. 그 장면은 이번엔 테오도르가 아닌 사만다가 자신이 디지털의 세계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장면일겁니다.
즉, 이별은 예비되어 있습니다.
테오도르가 자신을 깨닫는다 - 경계선을 넘으려 한다(실패) - 사만다가 자신을 깨닫는다 - 세계의 분리, 예비된 이별
사만다가 "당신은 아날로그적인걸 아직 좋아하잖아."라면서 그의 책을 출판하도록 돕는 것. 테오도르가 그녀가 복제된 것(OS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에게만 속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분노하는 것은 그가 그녀로 인해 점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며, 또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테오도르의 입장에서 그녀는 섹시한 목소리를 가진 최고의 상처치료제입니다. 다시 원본인 자신이 되자 현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과거와도 작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전에 현실세계에서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되겠지만, 언제고 세상이 더 진화하면 테오도르도 경계를 넘어 사만다가 사는 세계에 도달할지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음악도 그렇고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연출이 환상적입니다. 영화 전체를 이루고 있는 붉은 색의 색감도 아주 좋았고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꺼내놓는 세상에서 가끔은 실제로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도 제대로 감정의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SNS를 통해 얻는 친분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어디서 봤었는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가야할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또, 테오도르처럼 상실감에 빠져있던 시기에, 사만다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 붙어있던 많은 사람들이 내가 과거에 거짓없는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제 역할을 해주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연인이 보기보다는 이별 후 혼자 과거에 살고 있는 남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영화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저와 함께 남아 있던 세 분의 혼자 오신 남성분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으로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겠죠.
영화를 다 보고는 다른 로맨스 영화들보다 매트릭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시뮬라시옹을 다시 읽고 영화평을 써보려고 했는데,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한 책이 안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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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교육 (0)
2014/06/01 PM 11:46 |
제목은 교육으로 해야할까.... 글자 수는 많이 넘었지만
최근 화성학자 조너선 박사와 그의 연구팀이 발표한 새 논문은 눈길을 끈다.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지도자 선출 과정에 있어서 자녀가 그 부모를 천거하도록한 화성의 제도가 부계, 부족사회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명무실한 제도였다고 서술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너선 박사는 이번 연구발표회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화성의 100년 전쟁 이후 재건 과정에서 이런 형태의 추천제도가 생겨났다고 주장했으며 또한 이 제도를 신뢰할 수 있었던 것은 화성인들이 사회의 재건을 위해서 개인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로 발달된 철학적 지성을 갖춘 존재였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구의 사람들도 알아야 할 법한 일이죠. 좋은 부모, 좋은 사람이란 자녀가 가장 먼저 존경하는 법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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