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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결혼식 (0)
2014/01/21 AM 12:12 |
친구 결혼식 가는 날.
먼 거리 움직일 생각에 챙겨 나온 책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결혼은 많은 고통을 낳는다. 하지만 금욕은 어떠한 즐거움도 낳지 않는다."
- 새뮤얼 존슨 -
비단 결혼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많은 관계 형성에는 이런 이치가 숨어있는 듯 하다. 모든 관계는 고통을 낳는다. 그보다 더한 즐거움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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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가 (0)
2014/01/21 AM 12:04 |
악필인 내가 유일하게 잘 쓰는 글자가 있었다. 자음과 모음의 크기, 유려하게 뻗은 선, 누구보다도 그 '가'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녀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정말로 잘 쓰네.' 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헤어졌다.
'가'는 '나'나 '히'가 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잘했던 것은 그녀를 만난 일 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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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론의 대모험(1988) (4)
2013/12/19 PM 12:54 |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바론의 대모험을 보았습니다.
한 번 읽은 책보다는 두 번 읽은 책이, 두 번 읽은 책보다는 세 번 읽은 책이 더 적으리라는 건 분명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삶에 어떤 의미가 되었건간에 세 번 이상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는 없습니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은 분명 다섯번은 읽은 책이었죠.
12몽키즈, 몬티 파이튼 시리즈의 감독인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바론의 대모험은 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야기가 허구로 치부되는 계몽시대, 터키 군과 전쟁 중인 도시에 뮌히하우젠 남작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이 한 편 올라갑니다. 연극 도중에 진짜 뮌히하우젠 남작이 난입하고 터키 군의 포화가 쏟아지면서 연극은 중단되고 사람들은 공포에 떱니다. 극단주의 어린 딸인 샐리는 모두가 미치광이라고 생각하는 뮌히하우젠 남작을 따라 도시를 구하기 위해 남작의 부하들을 찾으러 여행을 떠납니다. 달나라 여행, 에트나 화산에서의 모험, 큰 고래의 뱃속 등 원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 끝에 네 명의 부하들과 남작은 재회하고, 그들의 활약으로 터키 군이 모두 물러가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뻔하디 뻔한 스토리 속에서도 영화는 나름 깊이가 있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뮌히하우젠은 돈키호테를 연상시킵니다. 모든 것을 이성의 힘으로만 판단하려고 하는 현실 사회가 꿈을 잃어가고 있음에 한탄하기도 하고, 모험 중에는 젊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가도, 현실이 그들의 세계로 돌아오라고 종용하는 때가 오면 늙고 초라한 사람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의 외모가 변화하는 것은, 꿈을 가지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영화 초반, 터키 군에 붙잡힌 동료를 구하기 위해 적들에게 뛰어든 장교에게 위정자가 하는 대사.
"적들의 대포 6문을 부수고 포로로 잡힌 동료를 구한 장교분이시구먼. 자네 얘기로 떠들썩하더군. 항상 상상을 초월하는 리스크를 감내하더구만."
"사형시켜. 저런 놈들이 다른 병사들을 날뛰게 하는 주범이라구.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지내려는 사람들을 말이지. 살아남기도 벅찬 세상인데 말이야."와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엔딩은 201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2013년의 '내'가 보기에 1988년의 영화는 시각적으로 어설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너의 팔이 날라갔다." "난 원래 팔이 없었어."로 유명한 테리 길리엄의 스타일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 그럴 수도 있고요. 또한 주인공들이 서로 깊게 감정을 공유하는 장면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1988년 스무살도 안됐을 우마 서먼을 볼 수 있다는 것, 아주 귀여운 아역인 샐리가 후에 어웨이 프롬 허, 우리도 사랑일까의 감독인 사라 폴리라는 것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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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10년의 꿈 (1)
2013/12/15 AM 11:35 |
각자 꾸었던 가장 신기한 꿈을 이야기를 해보자고 올해의 사회자인 친구 J가 말했다. 연말에 선물을 쌓아놓고 이런저런 게임들을 한 것이 벌써 5년 째다. 위너 테익스 올 방식이라 모두 일 년의 꿈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연달아 꿈을 꾸었던 이야기, 꿈 속의 꿈, 동경하던 연예인과의 믿을 수 없는 하룻밤, 히어로 무비를 본뜬듯한 신기한 모험.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의 밤에 있었다. 모두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내 이야기를 꺼냈다.
"난 10년의 꿈을 꾸었던 적이 있어. 그녀는 관람차처럼 생긴 붉은 리프트에 타고 있었지. 시계방향으로 리프트는 끊임없이 돌았어. 나는 그녀가 빠르게 혹은 느리게 도는 것을 계속 보고 있었지. 더이상 보고 있을수가 없어서 관람차에서 그녀가 뛰어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12시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뛰어내렸지. 아아, 그녀가 떨어지는 모습이란....... 그녀는 바닥에 닿아서는 안되었어. 나는 10년간 떨어지는 그녀를 바라보았어. 깨기 직전에 들었던 생각이 기억나. 떨어지는 그녀를 사랑한 것이 벌써 10년."
1년 남짓한 기간동안 나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다. 친구들은 내게, 사랑한 기간이야말로 이별 후의 상실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나는 어젯밤에도 10년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내 사랑은 몇 년인가.
"니가 1등이야." J가 말했다. "대다수는 동정표지만."
280자가 넘을 것 같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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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수학여행 (2)
2013/12/07 AM 09:47 |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비가 없어서 못 갈뻔 했어요." 그랬다면 정말 많이 속상했을거라고 그가 말했다. 제주도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이 얼마나 설레게 만들었었는지 평생 가난을 인정하고 살던 남자가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투정을 부렸었다고 그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사정을 알고 있던 신부님께서는 수학여행비를 쥐어주시면서 이야기를 건냈다. "제가 제주도 바다에서 주상절리를 보면서 느꼈던 공포심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높은 곳에 있으면 꼭 죽어야할 것만 같았거든요." 평생을 낮은 곳에 있겠다는 결심을 그 때 하셨다는 이야기가 그를 만들었다고. 그는 작년에도 올해도, 내년도 앞으로도 계속 기부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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