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종종 택시를 이용합니다.
저는 택시 기사님과 수다떠는걸 좋아하는데 집에서 회사까지 코스가 약 20~40분 정도 걸리고
적당히 이야기 듣거나 하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가끔은 정치 이야기도 하고(서로 조심스럽게 코드가 맞는지 간을 보다가 맞으면 술술 터져나옴)
매일 지나는 이 도로와 길에 대한 이야기 이 지역에 오래사셨던 기사님에게는 옛날 이야기도 종종 듣습니다.
갑자기 잊어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모도 할겸 다른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 한약상을 하다가 사기당해서 작두 들고 사기꾼을 죽이려고 일주일을 집 근처에서 기다리던 기사님
젊은 시절 상경 후 버스 기사를 하다가 열심히 모은돈 + 대출받은 돈을 모아서 지인의 권유로 한약상 사업을
시작합니다. 지인이자 동업자인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것을 잃고 자살까지 생각했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권유가 갑자기 떠올라 그떄부터 열심히 교회를 다니며 스스로를 다스렸다는 이야기
나중에 그 동업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주신다고하셨는데 도착해서 못듣고 내린게 아쉽습니다.
* 당시 부자들이 비싼 한약이나 보약을 먹는게 유행처럼 번져서 크게 돈을 벌수있을거라는 욕심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 사업에 실패한 기사님
한약상 기사님 이야기를 듣고 한달도 안되서 다른 기사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인생이더 파란만장다하면서
경상도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의 성공기와 실패담을 듣게됨
경상도 깡시골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논을판돈 + 양봉장하던 친구가 훔쳐온 꿀단지 2개를 들고 성공하겠다며 몰래 포항으로 도망침
여관방을 빌려서 친구랑 나는 과수원 할거다 나는 중국집 기술 배울거다 꿈에 부풀었는데 그 다음날 바로 옆방에서 자던 사기꾼에게
걸려서 돈을다 뺏김
나중에 생각해보니 좁은 나무판자로 구분한 벽에 여러 투숙객이 있던 공간이라 두사람이 이야기하던걸 다 훔쳐듣고 그걸로 낚은거였음
사기당한 순간을 엄청 디테일하게 기억하셨음 깔끔한 신사같은 느낌의 사기꾼이 사라진 큰 건물로 나중에
쫒아들어가서 다짜고짜 안내양에게 여기 신사분 들어온거 못봤냐고 물어보니 안내양이 허름한 행색의 젊은 시절 기사님을 쳐다보더니
"여기 신사 아닌 사람도 있어요?" 라고 말함
그 순간 뒤를 돌아보니 포마드로 머리를 넘기고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모두 의자에 앉아서 자길 쳐다보고 있었고 그 사내들 사이에
건물 뒤로 통하는 문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고함
이래저래 사기당하고 동네에 떠돌다 동네 수두닦이 거지에게 도망치고 간신히 묵었던 여관방 사장님에게 사정해서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를 얻고 돌아옴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안계시고 어머니와 가족들만 있었음 아버지가 기사님을 찾으러 나가셨고, 일주일동안 집에서 쉬면서
아버지 돌아오실날만 기다림 (맞아 죽을거 각오하고 있었다고)
거지몰골로 일주일정도 뒤에 아버지가 돌아오시고 멀리서 자신을 보시고는 우시면서 자신을 껴안아주셨다고함
그뒤에 말씀하신게 아버지는 자신을 잡으려고 대구역앞 광장에서 일주일을 노숙하셨다고 - '내가 그럴줄 알고 포항으로 간거였다' 라고
말씀하셔서 기사님 폭소했음
그후 아버지에게 나는 이렇게 시골에서 못살겠다 서울로 올라가서 성공하겠다며 상경하심
사실 사기당하기 전에 부산에서 약국을 하던 집안 어르신의 따님 약국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1년을 보냈는데 학교를 보내준다면서
안보내고 일만 시켜서 그만두고 올라오신 경험이 있었음
서울에서 상경하고 회장님 소리 들을정도로 성공하셨다가 실패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다음편에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