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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대첩까진 가지 않았지만 꽤나 시끄러웠던 모 웹툰 작가의 복장에 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개인의 자유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고, 꼰대짓은 정말로 싫어하지만
루리웹 다수의 댓글은 "복장은 개인의 자유인데 왜 참견이냐. 꼰대짓 하지 말라" 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김알케는 "내가 자유를 누리겠다는 것을 남이 이해해줘야 되는" 사람의 한심함을 본 적이 있다.
때는 3년정도 전이었다.
서울에서 일본 계열 기업 채용 박람회가 열리고,
김알케는 IT계열 업체의 면접이 있어서 응모했더니, 서류 전형에 통과하여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침 9시 면접이기에 혹시나 늦을까 걱정이 되어 전날 서울에 올라가 미리 면접장을 시찰하고,
주변의 찜질방에서 저녁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7시부터 면접장 앞에서 정장을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일종의 강박증 처럼 보이겠지만, 김알케는 자신이 운이 없다는걸 알다 보니
중요한 일이 있다면 남들이 보기엔 자신을 조금 심하게 채찍질 하여 움직이는 편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 불운이 김알케를 지옥에 떨구려 들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일종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면접장이 열리고, 김알케는 비교적 초반에 줄을 서서 신원확인이 바로 완료되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신원확인을 하던 중 왠 젊은 남성이 뒤쪽에 나타났다.
붉은색 파마 머리에 반팔 티셔츠, 긴 반바지, 캔버스 운동화, 허리에 묶은 점퍼, 귀걸이에 하얀 이어폰 까지...
그야말로 자유분방의 표본인 모습이었다.
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신경 쓰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상담을 하다가 마침 출구 근처를 지나가는데,
왠 남성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여기 사람들은 바보라서 다들 정장 입고 미리 대기하고 있었습니까!?"
무슨 일인가 싶어 가던 길을 멈추고 그곳을 보니
아까의 자유분방 청년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신원 확인을 하던 분은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다.
아마도 신원 확인을 하는 분이 면접장에 자유분방하게 입고 온 청년을 들여보낼 수 없다고 이야기 했고,
청년은 그게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곧 신원확인 하던 분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안에서도 그 복장으론 안된다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면접 보는데 당신은 뭔 생각으로 이리 입고 왔습니까?"
"저 사람들이 격식 차리면 우리보다 더 할거 모릅니까?"
"남들은 일찍 와서 정장 입고 기다리고 있는데 늦게 온 것도 모자라서 이러면 쪽팔리지 않습니까?"
...거기 까지 이야기를 듣던 청년은 "하, 참" 스러운 제스쳐를 취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출구를 향해 사라졌다.
실재로 일본 기업 사람들과 면접을 하는데도 저런 사람은 이해가 안된다고 면접자들에게 대놓고 말할 정도로
그 자리에 찾아왔던 일본 사람들에겐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던 모양이었다.
김알케도 개인의 자유와 개성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와 개성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보장이 가능하며,
사회생활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자신이 속한 사회의 보편적인 룰이자 불문율에 맞추어야
그 사회에 녹아들어 월급을 타먹더라도 타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구나 자유를 누릴 권리는 있다.
하지만 작고 귀여운 푸들이 늑대 무리에 들고 싶어 하면서
자기가 푸들이라는 점은 버릴 수 없다며, 늑대 무리에 들어가서도 자기 개성을 유지하겠다고 한다면
늑대 무리가 과연 푸들을 자신의 무리로 인정해 줄 것인가.
이는 푸들이 자신을 "갑"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들어갈 무리 전체를 "을"로 보는 행위가 아닐까.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집단이나 사회를 "갑"으로 보아도 모자랄 상황이면서
개인이 자유를 누릴 권리를 방패로 자신을 "갑"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집단을 "을"로 본다면
그 어떤 집단이 이른바 "개인의 자유"를 좋게 받아들여 줄 것인가.
그 집단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천재적인 인물이거나,
그 집단의 수장의 유일한 직계 자손이라거나
정말 특이한 인물을 바라는 곳이 아님에도 불문율, 사회의 룰, 법칙 등 사회의 통념을 무시하고
"개인의 자유" 를 앞세운다면 옹호해줄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바로 똑같은 상황에 놓일, 사회의 법칙과 룰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김알케도 옛날에는 저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많이 바뀌게 되었다.
인터넷에선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외치는 사람이 많지만,
면접장소엔 항상 투블럭 머리 혹은 짧은 단발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났으며
전 회사에서 인사쪽 일을 거들때에도 자신의 사진을 등록하지 않고 이력서를 보내거나 하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이력서가 쓰레기통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 회사 인사팀장님 이야기로는
"사진도 없이 이력서 보내는 사람들은 회사 입사가 목적이 아니라 실업급여 타먹으려는거야" 라고 단정을 지어버린다.
그만큼 사회의 룰과 불문율을 어기고 개인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으며
그 벽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사회 내에서 받을 시선은 만만치가 않다.
웹툰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꿈꾸는 이른바 꿈의 직업이며,
만화라는 문화를 억눌러온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반발의 상징이자 동경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저런 자유를 누리는 것은 독자들이 보기엔 합당한 것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저러한 자유가 웹툰이 아닌 한국 사회의 다른 곳에서 먹힐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김알케도 앞서 이야기 했지만
자유와 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때에는 사회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중학생스러운 인간이었으나
현실은 그렇게 웹툰 같지가 않았다.
잘나가거나 혹은 생각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인 유명인의 모습을 보며
그걸 자유를 누리는 거라고 받아들이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이야기가 꼰대짓 처럼 보일거라 생각하지만,
판단 하는건 "개인의 자유" 라고 생각한다.
3줄 요약
1. 사회엔 룰이 있다.
2. 그 룰을 개인의 자유를 빌미로 무시하려 들면 뒷감당이 있다.
3. 개인의 자유 주장하는 사람은 자유를 앞세워 "갑" 행새를 하려 하지만, 사회가 보기엔 그 놈은 먼지보다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