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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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8. (0) 2023/02/13 PM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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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상욱의 '비판'의 편지는 2부의 조 원장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373 페이지에는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위선과 무능력, 선동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처음에 조 원장을 과거의 원장들과는 성격이 다른 인물로 설정한 이유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374 페이지의 '그 지배자가 최초에는 아무리 성실한 인간성과 선의의 명분을 지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1부의 우직했던 조 원장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러던 그가 2부에서는 어느새 교활하고 위선적인 인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견제받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는 어떤 성격의 지배자라도 결국 동상을 향한 욕망에 함몰되어 독재자로 변하고 만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독재가 완성되는 데는 지배자 개인의 품성보다는 시스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지요.

그런데 이 말을 뒤집으면, 지배자 개인이 아무리 독선적이라도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만 잘 갇추어져 있다면 독재자는 탄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됩니다.

저는 당시 박정희 군사독재를 보면서 작가 이청준 씨가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비판이 끝나자 다시 이정태가 조 원장을 옹호하고 나섭니다. 이렇게 조 원장을 사이에 두고 이상욱은 비판하고 이정태는 옹호하는데, 이건 매우 이상한 설정입니다.

어느 쪽이 소설의 주제이든 다른 한 명이 그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결말에서는 이 둘이 함께 조 원장을 훔쳐보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이 장면에서도 저는 이상욱이 조 원장을 비판하며 작품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고, 이정태는 소설 때문에 곤란해진 조창원 씨를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자유, 사랑, 믿음 등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제가 정말 궁금한 것은, 과연 저런 것들이 2부에 존재하기나 했었습니까?

정말 조 원장이 원생들을 사랑으로 이끌었었습니까?

정말 원생들이 자유를 가지고 조 원장을 따르기로 선택했었습니까?

이렇게 두 사람은 2부에서 존재한 적도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장면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 2부에서 자유, 사랑, 믿음을 보여준 인물은 서미연 밖에 없었습니다.)


이상욱이 편지에서 말하는 공동운명이란 '원생들과 운명을 함께 하는 원장'입니다. 이것은 '앞으로는 원생들로부터 원장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즉, 소록도의 민주화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조 원장은 이것을 '원장이 소록도에 눌러 사는 것' 정도로만 이해하고, 따라서 자신이야말로 최초로 공동운명을 이룩한 원장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곧 간척공사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집니다.


서미연은 10년 정도의 시간을 고스란히 희생하고서야 마침내 윤해원의 마음의 철조망을 허물고 공동운명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소록도 원생들 전부를 치유하려는 원장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아마도 초인적인 인내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이상욱이 긴 편지를 통해 조 원장에게 설명하려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조 원장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아마 어떻게 다시 간척공사를 시작하게 되고, 또 다시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조 원장은 깨닿지 못 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그는 또 다른 핑계를 찾아내서는 '이번에야 말로...'라면서 또 다음 기회를 노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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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7. (0) 2023/02/13 AM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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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밤이 되자 이정태는 윤해원과 서미연을 인터뷰하려고 몰래 숙소를 나섭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앞에 조 원장이 나타납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조 원장이 이정태를 줄곧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자신이 세워둔 모종의 계획 속에서 윤해원도, 서미연도, 이정태도 각자 맡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꼼꼼히 통제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논란이 되는 이상욱의 편지가 등장했습니다.

이상욱의 편지는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순으로 배치해 보면,


첫 번째 편지(7년 전, 비판) -> 두 번째 편지(2년 전, 감사)


그런데 왠 일인지 작가는 두 편지를 시간의 역순으로 소개합니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사'보다 '비판'에 더욱 무게가 쏠립니다.

게다가 두 개의 편지를 다 읽은 조 원장과 이정태는 첫 번째 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치 두 번째 편지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말이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시간 순(비판 -> 감사)으로 소개하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마지막 장면에서 폐인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문틈으로 조 원장을 훔쳐보고 있는 이상욱의 행동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에 '이동진의 빨간책방-당신들의 천국편'을

들어보니 소설이 연재될 당시에는 이상욱의 첫 번째 편지, 즉 비판의 편지만 등장하고, 두 번째 편지는 나중에 단행본으로 엮으면서 추가된 설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됩니다.

이상욱의 두 번째 편지를 빼고 작품을 읽어 보면 그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상욱은 그의 편지에서 '공동운명'이란 단어를 언급합니다.

아마도 이상욱은 서미연이 윤해원을 치료하는 방법(사랑과 희생)을 염두에 두고 이 단어를 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조 원장의 욕망과 맞물려 엉뚱한 결과를 낳습니다.

조 원장은 다시 섬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해답을 찾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편지를 읽고는 '공동운명'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은 언젠가 떠날 사람이었기 때문에 원생들의 신뢰를 잃어서 실패했다. 그렇다면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조 원장은 이상욱의 충고조차 자신의 욕망에 끼워맞춰 해석하고는 간척공사를 완성하고자 다시 섬으로 돌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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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6. (0) 2023/02/12 PM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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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의 방법이 '전쟁'이었다면, 새 원장의 방법은 '화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원생들과 직원들이 서로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이끌고 있습니다.

이 두 원장의 방법을 비교하면 문득 신영복 선생의 이 문구가 다시 떠오릅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조 원장은 지배자의 입장에서 원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구원해 주려 했었습니다. 심지어 원생들이 우산이 싫다고 하자 그럴리 없다며 강제로 씌우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새 원장에 이르러 비로소 원생들이 꿈꾸던 방향으로 소록도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353 페이지의 '축구 시합과 오마도 공사를 계기로'란 표현에 주목해 보죠.

화자는 조 원장이 축구 시합과 오마도 공사를 통해 원생들을 증오와 광기로 이끌었으며, 이제 새로운 원장에 의해 그들의 영혼이 다시 순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356 페이지를 보면 조 원장은 윤해원과 서미연의 결혼을 계기로 다시 섬에 축구 시합을 열려고 합니다. 아마도 그 다음 단계는 간척공사가 될 겁니다.


조 원장이 꿈꾸는 낙원은 건강인들과의 전쟁을 통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원생들은 증오와 광기로 가득 차 있어야 하고, 지금처럼 그들의 정서가 순화되어 가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저는 3부의 갈등을 과거를 상징하는 조 원장과 미래를 상징하는 새 원장 사이의 갈등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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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5. (0) 2023/02/12 AM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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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정태 기자는 조 원장에게서 '지친 중년'의 모습과 '광기 어린 독재자'의 모습을 동시에 발견합니다. 이것은 두 가지 사실을 시사합니다.


1. 독재자도 권력을 잃으면 평범한 소시민으로 변한다.

2. 하지만 다시 권력을 쥐게 되면, 언제라도 독재자로 부활한다.


조 원장은 간척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습니다.

지금도 가족과 헤어져 혼자 소록도로 돌아와 있습니다.

즉, 지금의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동상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344 페이지에서 이정태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느 잡지에 원장님과 이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지요.'


이것은 당시 <신동아>에 연재되고 있던 이 소설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이정태는 장황하게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다가, 불쑥


'전 원장님 개인만은 구해드리고 싶었다는 말씀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소설 내적 상황으로만 본다면 이 대사는 다소 어색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작가가 조창원 씨에 대한 미안함을 담았다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해석에서는 이정태를 이규태 씨와 연결시키지만 저는 그를 작가인 이청준 씨와 연결시킵니다.

즉, 현실의 미안함에 대해 작가의 대리인인 이정태가 조창원 씨의 대리인인 조백헌에게 소설 속에서 사과를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345 페이지에서 조 원장의 태도를 보면, 그는 지금도 간척공사가 실패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독재를 다룬 소설에서는 보통 독재자의 처절한 몰락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몰락한 독재자가 마무리되지 못한 자신의 욕망 때문에 새로운 사회에서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자리잡게 되는 과정까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3부에 와서 이야기가 많이 모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3부 때문에 이 작품이 명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 원장은 섬을 다시 과거로 되돌릴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단 한 번이라도 권력을 쥐고 동상에 대한 욕망을 품은 사람은 비록 처참한 실패를 겪은 후라도 차마 그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불행을 막으려면 지배자 한 사람의 인성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소설의 결말에서 이상욱과 이정태가 함께 문틈으로 조 원장을 훔쳐보는 모습으로 구체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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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4. (0) 2023/02/11 PM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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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상욱의 편지는 조만간 다시 언급되니까 그 때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겉으로는 유쾌해 보이는 조 원장 안에 감춰진 '광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오마도 간척공사를 다시 시작하려는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3부에서 소록도의 상황을 보면, 새 원장은 '조백헌'의 방법이 아니라 '서미연'의 방법을 선택한 듯 합니다.

원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끈질기게 기다리고, 그들이 동의한 부분만큼만 개혁합니다. 즉, 소록도는 마침내 과거의 1인독재 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로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 원장은 그게 불만입니다.


336 페이지에 나오듯이 조 원장이 바라는 것은 원생들의 '치유'가 아니라

자신의 업적에 대한 세상의 '공인'입니다. 이것을 조금만 바꿔 말하면 '동상'이 될 겁니다.

그러려면 어떻게든 섬을 과거로 되돌려서 간척공사를 완성시켜야 합니다.

이제 와서 간척공사를 마무리 한다고 해서 원생들이 갑자기 치유되고 섬이 낙원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조 원장 개인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가 이정태를 보고 반가워하는 이유는


1. 그가 '이정태'이기 때문일까요?

2. 아니면 '기자'이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민주주의를 향해 첫걸음을 시작한 소록도에서 조 원장은 독재시대로 회귀할 기회를 노리는, '위험요소'가 됩니다.


340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불지짐'에 대해 '나무와 말을 한 흔적'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는 간척공사에 대해서도 '원생들과 대화를 한 흔적'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그는 '내 몸을 지지는 아픔을 느끼면서' 처절하게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 원장이 나무뿌리를 지질지언정, 나무뿌리는 조 원장을 지질 수 없습니다.

이 일방적인 관계 속에서, 그는 자신도 상상 속의 아픔을 느꼈다면서 지금도 억울해 합니다.


"왜 내가 원생들을 구원했다고 인정하고 동상을 세워주지 않느냐?"


아마 이것이 조 원장이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겁니다.

이렇게 나무뿌리는 조 원장과 원생들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설정은, 이 작품 속에서 실패한 독재자인 '조백헌'의 이름은 수 천 번도 넘게 언급되지만, 민주주의를 시작한 새 원장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지도자가 치뤄야 할 댓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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