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훈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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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3. (0) 2023/02/11 AM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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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결국 조 원장은 간척공사에 실패한 채 초라하게 섬을 떠납니다.

이렇게 2부가 마무리 되고, 소설은 3부로 넘어 갑니다.


지난 회에서 언급한 황 장로의 평가, 그리고 3부에서 나오는 이정태의 평가, 그리고 이상욱의 감사의 편지만 빼고 본다면 작가가 일관되게 조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갑작스런 조 원장에 대한 찬양이 모든 것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기존의 해석은 이 세 사람의 찬양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저의 해석은 조 원장이 2부에서 보인 행동들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323 페이지부터 3부가 시작되는데, 먼저 주목할 것은 '섬의 세대교체'입니다. 이상욱은 탈출했고, 황 장로는 죽었고, 조 원장은 떠났습니다. 이렇게 1, 2부의 주인공들이 모두 섬을 떠났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3부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저 나레이션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화자의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하실텐데, 그러기엔 뭔가 이상합니다.

나레이션은 오마도 간척공사만 완성되면 갑자기 낙원이 펼쳐지고, 원생들도 지난 날의 타성을 버리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그리고 저게 사실이 아니란 걸 화자가 모를까요?

간척공사는 이미 7년 동안 주인 없이 방치되어 왔고, 이제 원생들은 그 땅에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 나레이션의 주인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것이 조 원장의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3부에서는 1, 2부의 이상욱 대신 이정태가 관찰자로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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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2. (0) 2023/02/10 PM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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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번 회부터 조 원장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평가가 갑작스럽게 우호적으로 바뀝니다. 더불어 내용도 관념적이고, 모호하고, 어려워집니다.


조 원장은 간척공사를 '거룩한 신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은 '신의 섭리를 대리한 인간' 정도 되겠지요.

이렇게 그는 간척공사를 완성시키고 역사에 남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이 땅의 주인이야 누가 되든,

저 돌기둥 위엔 그 말이 새겨졌어야 하는 것을."


이 한 문장이 2부의 조 원장을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311 페이지에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끝내는 저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될 수도 없었던 것을!"


위의 두 대사는 서로 모순됩니다.

그리고 토지분배권은 처음부터 도지사에게 넘겨주고 간척공사를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마치 원생들을 땅의 주인으로 만들고자 공사를 시작한 것처럼 말합니다.


313 페이지에서 황 장로는 이상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는 2부에서 지금까지 조 원장이 보여줬던 거짓과 위선은 깡그리 무시한 채, 그가 오로지 사랑과 희생으로 원생들을 이끌어 왔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조 원장도 황 장로의 평가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는, 오히려 그처럼 희생만 해 온 자신이 왜 이렇게 초라하게 떠나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이 소설은 넓게 본다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보편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좁게 본다면, 소설이 연재되던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만약 여기서 황 장로의 평가가 옳다면, 박정희 대통령이 오로지 국민들에 대한 사랑과 희생으로 유신을 추진했는데, 미숙한 국민들이 그를 못 믿어서 실패했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제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작스럽게 조 원장에 대한 평가가 바뀐 원인이 조창원 원장의

구속에 있다고 추정하였습니다.

작가의 원래 의도는 조백헌 원장을 통해 독재권력을 비판하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조창원 원장이 구속되면서 조백헌을 비판하면서 조창원을 구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그 결과 '간척공사의 실패는 비판하더라도 개인적인 선의와 희생은 인정하자'라는 쪽으로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3부에 가서 계속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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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1. (0) 2023/02/10 AM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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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2부에 들어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건강인들에 대한 원생들의 증오심을 부추겨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상욱의 탈출을 계기로 원생들은 조 원장도 건강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제 그들의 증오심은 고스란히 조 원장을 향하게 됩니다.


제가 초반에 설명했던 바와 같이, 작가는 윤해원을 향한 서미연의 희생을 통해 진정으로 원생들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미연은 다시 7년을 더 기다린 후에,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윤해원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아마도 이것이 3부의 편지에서 이상욱이 언급하는 '공동운명'의 진정한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그런 서미연을 눈앞에서 지켜 보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 합니다. 오히려 그는 원생들이 이제 평가반 사람들을 테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느낍니다.


307 페이지에서는 조 원장과 평가반의 의견 충돌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평가반은 40%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 반면, 조 원장은 83%에 대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이번에도 그저 '어이없는 횡포', '무참스런 배신'이라며 분노합니다.


여기서 조 원장은 자신이 평가반과 충돌하는 이유를 오로지 원생들이

정당한 평가와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토지 분배권은 처음부터 도지사에게 넘겼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83%라고 우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저 83%는 원생들이 아니라 조 원장에게 의미가 있는 수치입니다.

83%라면 사실상 자신이 완성한 것이 되므로,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40%라면 나머지 60%를 완성한 사람의 이름이 남게 되겠지요.

즉, 조 원장은 원생들을 핑계로 자신이 공사를 완성했다는 명분을 챙기고 싶은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할 점은 화자의 태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조 원장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전체 맥락을 본다면, 오히려 조 원장의 위선을 여과 없이 드러내서 그를 비판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09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스스로 '섬사람들에게 바친 몇 년 동안의 아까운 세월'이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자신이 원생들을 위해 큰 희생을 해 온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인식은 3부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310 페이지에서는 드디어 자신의 동상과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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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30. (0) 2023/02/09 PM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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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조 원장은 3월 6일까지 무조건 간척공사를 끝내라는 새로운 명령을 원생들에게 내립니다. 그리고 이미 조 원장과 한 배를 탄 황 장로도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줍니다.(만약 간척공사가 실패한다면 원생들의 분노는 조 원장은 물론이고, 기회가 있을 때 그를 처치하지 못한 황 장로에게도 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조 원장은 누굴 위해서 3월 6일을 고집하는 걸까요?

간척공사의 완성이 6일이든, 8일이든, 원생들 입장에서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조 원장은 어떻게든 자신의 임기 중에 공사를 완성하고, 그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한 후, 돌기둥에 새겨 후세에 영원히 남기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어지는 이상욱과의 대화에서는 자신에게는 어떤 욕심도 없다고 태연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갑작스럽게 조 원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297 페이지에서 이상욱은 조 원장이 원생들의 마음 속에 '희망, 신념, 신뢰'를 심어주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건가요? 조 원장이 심어준 것은 '증오' 아니었나요?

저는 이 부분이 납득이 되지 않아 소설 외적인 자료들을 조사해 보았는데, 이 소설이 연재되던 도중에 조백헌 원장의 모델인 조창원 씨가 구속되었고, 그의 가족들이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창원 씨를 도와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오마도 간척공사는 전라도에서 주관하였고, 나환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조창원 원장에게도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변변한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조창원 원장은 '군인 정신'만을 내세워 원생들을 몰아부쳤다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저의 추정입니다.) 소설의 내용처럼 공사가 점점 지연되자 정치인들은 책임을 뒤집어 씌울 누군가가 필요해집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조창원 씨에게 혐의가 쏠리게 되자, 그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고 구속시킵니다.


저는 작가의 의도가 '조백헌'이란 가상의 인물을 통해 독재의 속성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설 속의 '조백헌' 때문에 현실의 '조창원' 씨가 피해를 입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조백헌'과 '조창원'은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당시의 독자들은 그 둘을 구분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작가는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며, 조백헌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조창원을 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간척공사의 실패는 비판하되 조백헌 개인의 선의와 희생만큼은 인정하자'라는 포지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00 페이지에서 이상욱은 자신의 이중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합니다.

그는 조 원장에게는 나환자지만, 원생들에게는 건강인입니다.

원생들은 그의 탈출을 '소록도 최초의 건강인의 탈출'로 받아들이게 되고,

같은 건강인인 조 원장까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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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다시 읽기] [당신들의 천국] 다시 읽기-part29. (0) 2023/02/09 AM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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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간척공사의 책임자로서 조 원장의 역할은 '정치'입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던 동안에도, 육지인들은 충실히 대비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그는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도청에서는 간척공사의 문제점들을 타당하게 판단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 원장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그저 감정적으로만 반응합니다.


284페이지에서는 마침내 조 원장이 감추어 왔던 비밀이 폭로됩니다.

공사가 완료되면 토지 분배권은 도청이 가져가도록 처음부터 도지사와 조 원장 사이에 합의가 되어 있었습니다.

왜 조 원장은 이 사실을 원생들에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도지사가 관리권을 넘겨 받아 전문가와 장비를 투입하려 하자 조 원장은 격렬히 반대합니다.


"작업 기간이 1, 2년쯤 더 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은 기어코 제가 끝내고야 말겠습니다."


어차피 토지 분배권이 도청에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전문가와 장비를 투입해서 제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생들에게도 좋은 일일 겁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결코 그럴 수 없다며 반대합니다.

원생들이 1, 2년쯤 더 죽을 고생을 해도 상관없다면서 말이죠.

이처럼 간척공사가 위기에 처하자 그는 동상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쯤에서 도입부의 설정을 한 번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 원장은 지금까지의 원장들과는 성격이 다른 원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어 주정수 원장의 실패를 고스란히 반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입부의 설정이 '견제가 없는 시스템에서는 어떤 지배자도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조 원장이 생각해 낸 방법이라곤 다시 한 번 원생들의 증오심을 자극하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원생들은 기술 조사단을 테러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 원장은 그런 원생들의 모습을 '지극히 만족스럽게' 바라봅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날 봐! 날 봐! 내 안의 몬스터가 이만큼 커졌어!"


조 원장은 도청의 개입을 '원생들로부터 오마도를 빼앗는' 행위라고 말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원생들로부터 오마도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조 원장으로부터 동상을 빼앗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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