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으시고 보시면 더욱 재미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갑자기 이상욱이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늘 조 원장의 폭주를 견제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히려 조 원장을 구원해서 그가 간척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평소의 이상욱이었다면 자신이 방아쇠를 당겨서라도 공사를 중단시키려고 했을텐데 말이죠.
조 원장을 죽일 수 없다면 원생들 중의 누군가가 소동의 책임을 져야된다고 하자 황 장로는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을 예상하고는 이상욱과 조 원장의 체면을 적당히 세워주면서 노련하게 사태를 마무리하고 물러갑니다.
278페이지에서 이상욱은 원생들을 따라 내려가는데, 여기서 그의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상욱은 건강인과 나환자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스스로는 자신이 건강인보다 나환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79 페이지에서 조 원장은 올해는 간척공사가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도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280 페이지에서 실적 평가단을 맞이하고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배반'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이것이 배반인지 아닌지, 지금까지의 상황을 한 번 정리해 보죠.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조 원장은 아마도 도지사에게 1년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다고 약속했을 겁니다. 도지사는 그 말을 믿고 지원을 약속했겠죠.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공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도지사는 조 원장에게 상세한 공사 계획을 요청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 제시할 자료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지사 입장에서 지금의 실적 평가는 당연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조 원장은 그것마저도 '배반'이라고 부릅니다.
280 페이지 마지막 줄을 주의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상상을 못 하던'이 아니라 '상상을 하지 않고 있던'입니다.
즉, 조 원장은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문책이 있을 거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실적 평가단이 오자 그것을 '배반'이라고 부르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왜 그는 이것을 배반으로 받아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