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관해서 시작하면 많이 길어집니다. 그러니 꼰대를 중심으로 써볼게요.
왜 우리 사회는 꼰대를 양산하게 된걸까요?
사람들은 종종 군대 때문이라고 합니다. 군대에서 배워온 것 때문에 꼰대가 많다고. 하하. 그런데 재밌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똑같이 꼰대처럼 행동하곤 합니다. 흔히들 어린꼰대라고 하죠. 어른들에게 영향을 받은 걸까요? 아뇨, 아닙니다. 옆나라를 생각해보세요. 일본에도 꼰대는 있어요.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저는 처음에 나이를 먹어 사람이 완성되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바람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추측했어요. 그런데 아이들도 그런 꼰대짓을 하는 것을 보니 아니었죠. 그건 사회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었어요.
달리 생각해야했습니다. 꼰대의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보죠. 꼰대는 높은 위치를 차지한 사람이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선임이 후임에게,
네, 갑질과 일맥상통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높은' 사람이 '낮은'사람에게 부당한 행위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낮은' 사람은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죠. 높은 사람은 뭘해도 존중받고 낮은 사람은 뭘해도 천대받는 상하관계속의 존중의 척도. 예 그래요. 이게 바로 신분제 시절에 있던 존중의 척도에요. 민주주의가 도입되었음에도 신분제시절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죠.
예전에는 신분이 있었기 때문에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천대해도 별문제가 없었어요. 낮은 사람도 그런 부당한 상황을 받아드렸으니까. 그 시절은 그게 당연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죠. 모든 사람이 동등한 민주주의가 도입되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분제 시절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았어요. 뭐가 문제인지 몰랐어요. 민주주의사회속에서 여전히 높은 사람을 특별하게 존중하고, 낮은 사람을 천대했죠. 바로 이런 사회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꼰대는 생긴겁니다. 꼰대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 깔보고 낮게 만들어 자신을 높게 만드는 것. 높은 것을 존중하는 사회속에서 자신이 존중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낮춘 겁니다.
후.. 하하하
비단 이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길어지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는 이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에요. 모두가 평등한 민주주의에서 신분제시절 존중의 척도로 높은 사람을 존중하고 낮은 사람을 천대하니 천대받는 사람이 그대로 있을리가 없죠. 당연히 반발합니다. 모두가 평등한데 왜 난 천대받아? 그게 사회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사회시스템은 민주주의인데 사람들은 신분제시절 존중의 척도로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어요. 문제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왜 과도한 경쟁이 벌어졌을까요? 그건 존중받기 위해서입니다. 상대를 어떻게해서라도 낮추고 자신을 어떻게해서라도 높혔기 때문이에요. 별 이상한거로 트집잡고 별이상한거로 욕하고. 별이상한걸로 상대를 낮추는 것. 그렇게 해서 자신을 높게 만드는 것. 그게 존중받는 방법인줄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배운 사람들은 똑같이 행동하죠. 그래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원인을 모르니 해결을 할 수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원인은 밝혀졌습니다. 그러면 해결법도 알 수 있어요.
그건 바로 역할존중. 어느 누구라도 역할을 다하면 존중하고 못하면 비판한다. 역할이라는 것은 다양하죠. 국민으로서의 역할, 시민으로서의 역할, 부모의 역할, 자식의 역할, 학생의 역할, 지도자의 역할, 사장의 역할, 직원의 역할, 모든 직업에 대한 역할 등.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존중하고 못하면 비판한다. 하하하. 높든 말든 똑같은 척도로 존중을 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도 제 역할 (학생)을 하면 존중을 주고,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제 역할(부모, 교사 등 많이 있겠죠)을 다하면 비판합니다. 그리고 직업으로서 역할을 다하더라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면 비판합니다. 아무리 잘해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역할을 못하면 비판해야겠죠.
그건 단순히 어리고 나이가 많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높고 낮음에 적용되어야할 거에요.
사장이든 지도자든 특별시 하지 않고 똑같은 직원, 국민으로 대접하는 것. 아무리 높아도 제대로 못하면 비판받고, 아무리 낮아도 제대로 했으면 존중받는 것. 그러니까, 높더라도 못했으면 비판하고 낮더라도 잘했으면 칭찬하는 것이 중요해요.
간단해보이나요? 아뇨. 이건 꽤 어려운 일이에요. 존중의 척도란 것은 귀하고 천한 것을 구분하는 기준. 가치가 높은 금을 천대하고 가치가 낮은 돌을 귀하게 여기라고 하면 받아드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극단적으로 10살이 60살의 잘못된 행동에 문제점을 지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 받아드릴 수 있나요? 그러니까 학생이 교사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을 때 그 교사가 받아드릴 수 있는 사회. 하하 어렵겠죠? 반대로 60살이 젊은 사람들이 하는 직업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 그게 당연한 사회. 이게 바로 역할수행여부로 존중받는 사회에요.
그 정도로 어려운 일이에요. 존중의 척도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기준, 즉 진리였습니다. 그걸 바꾼다는 것은 그걸 유지하는 사람들이 속한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과 동일해요.
그래서 저는 절망했어요.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바꾸냐.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이미 우린 그러고 있었어요. 바로 인터넷이에요. 온라인 게임에서 우리는 상대를 전혀 모르죠. 그저 그 게임 속 역할을 다하면 칭찬받고 못하면 비판받았어요. 그게 당연한 공간이에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상대를 전혀 모르죠. 그저 그 커뮤니티 내에서 규칙을 제대로 지키고 올바른 발언을 하면 존중받고 못하면 비판받았어요. 그게 당연한 공간이에요.
하하하. 그래요. 저는 인터넷이 있으니까 신분제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역할수행여부로 존중을 주는 역할존중주의가 받아드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영향은 이미 힘을 발휘하고 있어요. 20대 총선. 예전같았으면 언론에 휘둘렸을테지만, 이젠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올바른 행동을 하는 정치인을 보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20대 총선은 극적으로 바뀌었죠.
인터넷이야말로 바로 역할존중주의가 발현되는 공간이었어요. 이 공간에서 배운 사고방식을 통해 고리타분한 신분제적 사고방식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을 얻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꼰대가 싫으시다고요? 그러면 역할에 따라 사람들을 존중해보세요. 그게 바로 꼰대가 되지 않는 길, 갑질을 하지 않게 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