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읽고 열심히 댓글을 달았으나... 엔터를 누르니 글이 사라졌네요.
다행히 메모장에 끄적인 내용이 남아있길래 그냥 제 생각 정리하는 차원에서 올려둡니다.
혹시라도 그분이 읽어보신다면 더 좋고요...ㅎㅎ
===이하 댓글 내용===
저 또한 호모도, 호모포비아도 아닙니다. 먼저 '호모가 자연스러운 만큼 호모포비아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누구든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는 쥔장님 말씀에는 동의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만 논의가 조금 더 깊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어디까지를 호모포비아인 사람-호모포브-로 볼 것인가.
동성애가 개인의 선택 이전에 생득적으로 주어진 자연적 속성인 것처럼, 호모포비아 또한 개인의 선택이나 노력으로 거부할 수 없는 생득적 속성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알러지처럼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는 경우죠. 그런데 그 외의, 별 생각 없이 '이성애=다수=당연한 것. 동성애 노이해 우엑'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선천적 호모포비아로 인정하고 그 편견을 인정해줘야 할까요?
적어도 제가 아는 성적 소수자들은 전부 기나긴 터널을 고독히 지나왔습니다. 자신이 왜 다수에 속할 수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한 뒤에 '이렇게 태어났든 이렇게 될 계기가 있었든 결국 이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했죠. 반면 호모포비아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냥 운 좋게 성적 다수자로 태어나서 성적 소수자의 고민을 이해할 필요를 못 느낀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이 동성애를 거부하도록 태어났기에, 마음을 열어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혐오할 수밖에 없는지를 실존적으로 고찰하지 않은 이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호모포비아를 인정하자'는 논리는 자칫 잘못하면 호모도, 호모포브도 아닌 성적 다수자들이 동성애/이성에에 대한 입장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았고, 또한 그들에게 "편견을 버려주세요"라고 말할 권리도 빼앗아버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호모포비아를 '표출'하는 것이 정당한가.
소위 '인권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일 수록 차별에 대한 처벌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세계인권헌장 이후 성별 인종 출신 등 생득적인 속성들로 인한 차별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각종 차별금지법안이 마련되었죠. 이는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들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당한 대우'에는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 뿐만 아니라 단순한 발언이나 신체동작 또한 포함됩니다.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이나 동양인의 눈을 째진 눈으로 표현하는 행동들 또한 이런 의미에서 차별금지에 위배되는 것이죠. 그래서 인권선진국일수록 그런 언행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강하게 적용됩니다.
물론 개인의 가치관은 다양합니다. 연역적으로든 귀납적으로든 'xx하는 사람은 yy다'는 생각이야 가질 수 있죠. 그런데 그것을 겉으로 표출하는 것은 ㅡ당면한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이상ㅡ 차별행위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그런 차별적 언행은 사회적으로 편견과 분열, 불평등을 야기하기에 평등권 보호 차원에서 제재를 받아야죠.
호모포비아 또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야 동성애를 이해하지 않아도 되고, 더 나아가 싫어해도 됩니다. 다만 그런 '개인적' 소견을 머리 밖으로 꺼내서 차별발언이나 차별행위를 표출해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키 몇 이하의 남자는 루져'라는 발언에 분노할 줄 알면, '나이 xx 넘은 여자는 상장폐지녀'라는 발언이나 '동성애는 사악한 음행'이라는 발언에도 분노할 수 있어야 하겠죠. 아니면 '나에 대한 차별은 못 참지만 남에 대한 차별은 내 알 바 아님' 하는 태도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차별을 받기 싫다면 차별을 해서도, 차별하는 사람을 놔둬서도 안 되죠. 이것이 제가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호모포비아적 언행을 표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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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끝내고 마이피 둘러보다 댓글 하나 쓰고 나니 벌써 3시네요. 모두 좋은 밤 되세요.
개인이 호모포비아든 호모포비아 할아버지든 - 그것이 생득적이든 사회적으로 만들어졌든 간에 - 자유인 것은 동의하겠으나 그것을 타인이 알게 되었다는 말은 즉 뭔가 호모섹슈얼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이나 말을 보였다는 것과 같고.
이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