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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호모포비아를 인정해야 하는가? (15) 2016/06/11 AM 03:08
어떤 글을 읽고 열심히 댓글을 달았으나... 엔터를 누르니 글이 사라졌네요.
다행히 메모장에 끄적인 내용이 남아있길래 그냥 제 생각 정리하는 차원에서 올려둡니다.
혹시라도 그분이 읽어보신다면 더 좋고요...ㅎㅎ

===이하 댓글 내용===

저 또한 호모도, 호모포비아도 아닙니다. 먼저 '호모가 자연스러운 만큼 호모포비아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누구든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는 쥔장님 말씀에는 동의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만 논의가 조금 더 깊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어디까지를 호모포비아인 사람-호모포브-로 볼 것인가.
동성애가 개인의 선택 이전에 생득적으로 주어진 자연적 속성인 것처럼, 호모포비아 또한 개인의 선택이나 노력으로 거부할 수 없는 생득적 속성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알러지처럼 도저히 어찌 해 볼 수 없는 경우죠. 그런데 그 외의, 별 생각 없이 '이성애=다수=당연한 것. 동성애 노이해 우엑'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선천적 호모포비아로 인정하고 그 편견을 인정해줘야 할까요?
적어도 제가 아는 성적 소수자들은 전부 기나긴 터널을 고독히 지나왔습니다. 자신이 왜 다수에 속할 수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한 뒤에 '이렇게 태어났든 이렇게 될 계기가 있었든 결국 이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했죠. 반면 호모포비아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냥 운 좋게 성적 다수자로 태어나서 성적 소수자의 고민을 이해할 필요를 못 느낀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이 동성애를 거부하도록 태어났기에, 마음을 열어보려 아무리 노력해도 혐오할 수밖에 없는지를 실존적으로 고찰하지 않은 이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호모포비아를 인정하자'는 논리는 자칫 잘못하면 호모도, 호모포브도 아닌 성적 다수자들이 동성애/이성에에 대한 입장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았고, 또한 그들에게 "편견을 버려주세요"라고 말할 권리도 빼앗아버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호모포비아를 '표출'하는 것이 정당한가.
소위 '인권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일 수록 차별에 대한 처벌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세계인권헌장 이후 성별 인종 출신 등 생득적인 속성들로 인한 차별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각종 차별금지법안이 마련되었죠. 이는 개인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들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당한 대우'에는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 뿐만 아니라 단순한 발언이나 신체동작 또한 포함됩니다.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이나 동양인의 눈을 째진 눈으로 표현하는 행동들 또한 이런 의미에서 차별금지에 위배되는 것이죠. 그래서 인권선진국일수록 그런 언행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강하게 적용됩니다.
물론 개인의 가치관은 다양합니다. 연역적으로든 귀납적으로든 'xx하는 사람은 yy다'는 생각이야 가질 수 있죠. 그런데 그것을 겉으로 표출하는 것은 ㅡ당면한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이상ㅡ 차별행위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그런 차별적 언행은 사회적으로 편견과 분열, 불평등을 야기하기에 평등권 보호 차원에서 제재를 받아야죠.
호모포비아 또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야 동성애를 이해하지 않아도 되고, 더 나아가 싫어해도 됩니다. 다만 그런 '개인적' 소견을 머리 밖으로 꺼내서 차별발언이나 차별행위를 표출해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키 몇 이하의 남자는 루져'라는 발언에 분노할 줄 알면, '나이 xx 넘은 여자는 상장폐지녀'라는 발언이나 '동성애는 사악한 음행'이라는 발언에도 분노할 수 있어야 하겠죠. 아니면 '나에 대한 차별은 못 참지만 남에 대한 차별은 내 알 바 아님' 하는 태도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차별을 받기 싫다면 차별을 해서도, 차별하는 사람을 놔둬서도 안 되죠. 이것이 제가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호모포비아적 언행을 표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

공부 끝내고 마이피 둘러보다 댓글 하나 쓰고 나니 벌써 3시네요. 모두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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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느님    친구신청

저도 그 글에 댓글 달다가 원글이 삭제돼서 약간 빡- 휴

개인이 호모포비아든 호모포비아 할아버지든 - 그것이 생득적이든 사회적으로 만들어졌든 간에 - 자유인 것은 동의하겠으나 그것을 타인이 알게 되었다는 말은 즉 뭔가 호모섹슈얼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이나 말을 보였다는 것과 같고.
이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ONE=    친구신청

닉변과 글삭튀의 명인에게 몇 번 당하고 나서, 댓글이 길어질 것 같으면 메모장에 써서 복-붙하게 되네요.
열심히 쓰고 엔터를 누르니 빈 화면이 반겨줄 때의 허탈함이란...ㅎㅎ

율느님... 율느님 님...? 말씀대로 개인의 입장은 자유이나 그것을 공공연히 드러낸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죠. 만일 그 입장이 부당한 것이라면 제재받아야 하고요.

alex1    친구신청

호모포비아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나 다 같은 거죠. 자기랑 다른거 차별하는거. 그렇게 본다면 키작은 사람, 얼굴못생긴사람, 돈 없는 사람, 돈 많은사람, 피부 구린사람, 등등 차별할수잇는걸 정당화 하는데 문제는 호모포비아나 인종차별이 대표적이니깐 차별이 위에 올려놓은거보다 강도가 엄청 심하죠.

BritishMan    친구신청

외모차별도 제가 볼땐 호모포비아나 인종차별과 동일시하게 올려놓아야 하지 않나 생각함.

=ONE=    친구신청

일체의 차별은 결국 '차별 하는 사람'의 수준낮음을 드러내는 훌륭한 판단조건이죠ㅎ

=ONE=    친구신청

그러고보니 BritishMan님은 백인 사회의 동양인이시니 사회 구성원 다수와 소수의 시각차에 대해 실제적으로 경험해보셨겠네요ㅎ
마이피에 영국생활 가끔 올려주시는 거 잘 봤어요. 타국에서 고생 많으십니다.

BritishMan    친구신청

영국 사실 백인사회는 이미 미국처럼 무너진 것 같습니다. 생각외로 인종차별은 잘 안 느꼈네요. 오히려 영어차별은 많이 하던.

무슬림들과 흑인계층이 생각외로 엄청 많은, 다이나믹한 사회라고 생각하네요. 은행원과 같은 직업도 흑인이 많고 인도인이 많고...

인종에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우대해주는 사회에서 시민권도 없는 한국 토박이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파헤치는게 저에겐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 일단 영국계 동양인은 아니니...

=ONE=    친구신청

하긴 능력대로 대우받는다는 것도 마냥 마음 편한 것은 아니겠네요. 스스로 뭔가를 이뤄내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테니까요.
그래도 우리 존재 화이팅 해야죠ㅎㅎ

sgtakashi    친구신청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세상의 여러 '다름'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가.

우리의 '관대함' 혹은 '차별'로 기대되는 이익은 무엇인가.

=ONE=    친구신청

식견이 짧아서 다름을 틀림이라 착각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 틀린게 아니라 다를 뿐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위해 차별을 조장하는 사람도 있겠죠.
집단에 대한 소속 욕구와 차별적 경향이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을 볼 때, 차별을 수단화하고 조장하는 이들이야말로 사회 통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이적세력이 아닌가 싶네요ㅎ

sgtakashi    친구신청

좋은 지적입니다. :)
이와 관련하여 아래의 문제도 있습니다.

[현상]
(대상을 대하는)극혐, ~충, 아재, ~수저, 중2병, 장사치, 선비질, 나랏님, 개독..

[발생경위]
1. 타자를 자신(혹은 집단)으로부터 분리시키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여 배척을 꾀한다.(낙인화)
2. 이미 현실에 존재하거나 새롭게 대두하는 문제 내지는 어떠한 성향의 대상을 특정.(풍자)

란데님    친구신청

결론에 공감합니다.

Routebreaker    친구신청

사람마다의 호불호는 존재할수 있다고 봅니다만 명백히 옳다/그르다 로 나눠질수 없는 것에 대해선 차별적인 대처를 해선 안되겠지요. 하지만 현실에선 무언가를 싫어할 자유와 다른 이들을 차별없이 대한다는 균형과 조화적 태도는 서로 양립하기가 참 어려운것 같네요.

예를 들어 다수에 속하는 이성애자가 고용주인 상황에서 구직자 두명 중 한명을 고용인으로 추려야하는데 두명 모두 능력이 동일한 수준인데 한명은 이성애자고 다른 한명은 동성애자입니다. 이럴경우 고용주가 같은 이성애자를 고용하기로 결정했다면 이것은 차별적 대우라던가 혐오의 일환으로 봐야할까요? 제 생각엔 그럴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라고 봅니다. 왜냐면 혐오의 문제 이전에 보통의 경우 인간은 같이 어울리는 이들과의 동질감을 원하며 집단 및 조직의 구성원을 뽑는 사람에겐 자신과 비슷한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인간을 고를 유인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차별과 혐오가 발생하는 배경엔 사실 동질감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 역시 분명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위 경우를 생각해보면 만약 구직자 두명 중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비교하여 업무 능력이 떨어질 이유가 명백할 경우 고용을 안하는 것은 당연히 차별적 행동은 아니겠고 업무 능력이 같다 하더라도 어찌보면 동성애자를 고용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차별 행위냐 라고 볼수만도 없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동성애자가 업무 능력이 더 뛰어난데도 이성애자를 고용한다면 이건 본문에서 언급하셨던대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표출한다 라는 표현에 들어맞겠고 능동적으로 '혐오' 를 드러내는 차별적 행동으로 봐도 되겠죠.

어디까지가 나와 같고 다르냐에 따른 호불호(능동적이지 않은 개념의 어떠한 것에 대한 개인의 태도)이며 어디서부터가 나와 다른 것을 혐오(능동적으로 불호를 표출하는 차별적 언행)하는 것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꽤 어려운듯 합니다.

슬라정    친구신청

특정대상에게 더 잘해주는건 차별이라기보단 구별이라고 봐야죠. 나쁘다고 볼수 없습니다.

가령 내가 친구에게 빵을 줬다 칩시다, 그런데 지나가던 처음보는 행인이 왜 걔한테만 빵을 주냐면서 자신이 차별당했다고 화내진 않죠.
모두 동등하게 빵을 못가지는 가운데 가족이나 친구, 마음맞는 누군가에게 빵을 주는것은 자연스러운 '구분''구별'이라 생각합니다.

차별은 모두가 빵을 동등하게 받은 가운데 누군가의 빵만 빼앗는것이죠.

이성애자라서 더 좋게 대해주는건 자연스러운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동성애자라서 일반인보다 더 나쁘게 대하는것에 있죠.

[동성애자를 좋아하지 않는것] 과 [동성애자를 싫어하는것]은 같지 않으니까요

관바    친구신청

옹호하고 싶지도 혐오하고 싶지도 않네요. 다만 제 앞에서 그런 행위하면 얼굴이 찌뿌려 지는 건 어쩔 수 없을 듯하네요. 혐오 자체도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그걸 기반으로 차별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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