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까 어떤 분의 마이피에서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오류에 대해 봤습니다.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주택의 자가 점유율은
2008년 56.4%,
2010년 54.3%,
2012년 53.8%,
2014년 53.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임차가구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음."
이라는 서두와 달리
이후 조사에서는
2016년 56.8%
2017년 57.7%
2018년 57.7%
2019년 58.0%로 늘어났다는 지적이었죠.
2.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해당 의안을 검색해 원문을 확인하고
(http://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U2Q0O0H6B0E9V0I9H4S1R3I2L7K6W6)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주거실태조사의 "(일반가구)지역별 소득계층별 점유형태"와 비교해보니
(http://kosis.kr/statisticsList/statisticsListIndex.do?menuId=M_01_01&vwcd=MT_ZTITLE&parmTabId=M_01_01&statId=2006087&themaId=I#)
세상에, 정말이네요.
2006년~2019년의 조사 중에서
주택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2008년~2014년의 조사 결과만을 취사선택해서 가져온 게 맞아요.
그런데, 앞뒤 다 자르고 딱 그 내용만을 지적하는 것도 취사선택 아닐까요?
3.
현 정부의, 그리고 (정상적인) 모든 정부의 주거 정책 방향성은 '주거 안정화'입니다.
'집값 상승'은 사익이기에 공익보다 앞설 수 없죠.
그래서 주거 불안정 요인을 줄이고 주거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다각도로 펼치죠.
예를 들면
① 자가 소유율 제고
①-1: 주택 보급율 제고 → 공급량 증가 → 가격 상승 억제 → 자가 소유율 제고 → 주거 안정화
①-2: 다주택 소유자 및 임대사업자 규제 → 매물 증가 → 공급량 증가 → 가격 상승 억제 → 자가 소유율 제고 → 주거 안정화
①-3: 고가주택 보유자의 전세보증 제한 → 가수요 억제 → 가격 상승 억제 → 자가 소유율 제고 → 주거 안정화
② 자가 소유자 재정 건전화
②-1: LTV, DSR 규제 → 가수요 억제 → 가격 상승 억제 → 자가 소유율 제고 → 주거 안정화
②-2: → 하우스푸어 예방 → 주거 안정화
③ 세입자 권리 보호
③-1: 세입자 권리 보호 → 주거 안정화
③-2: → 매물 증가 → 공급량 증가 → 가격 상승 억제 → 자가 소유율 제고 → 주거 안정화
더 자세한 건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지금 대충 생각하기로는 이 정도의 그림이 그려지네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③ 세입자 권리 보호"의 영역이겠죠.
그리고 그 보호 대상은 주거 취약층인 저소득~중소득 무주택 임차인이겠고요.
4.
그러면 실제로 저/중/고소득별 자가 / 전세 / (보증금 있는) 월세 / (보증금 없는) 월세 / 사글세 / 무상주거 비율의 변화를 볼까요?
먼저 저소득층입니다.
자가 거주율에 출렁임이 있지만 대체로 감소하는 방향으로 수렴되는 게 보입니다.
전세 거주율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월세 거주율은 점점 증가하네요.
자가와 무상거주를 제외한, 저소득층의 전/월/사글세 비율입니다.
출렁임이 줄어들면서 살짝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다음은 중소득층입니다.
자가 거주율이 감소하는 추세였다가 2014-2016 시즌에 대폭 증가하고 다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전세 거주율은 출렁이며 감소하다가 2014-2016 시즌에 대폭 감소하고 횡보~소폭 증가했네요.
월세 거주율은 출렁이며 증가하다가 2014-2016 시즌에 대폭 감소하고 횡보~소폭 증가했네요.
자가와 무상거주를 제외한, 중소득층의 전/월/사글세 비율입니다.
점점 증가하다가 2014-2016 시즌에 대폭 감소하고 횡보~소폭 증가했네요.
마지막으로 고소득층입니다.
자가 거주율이 출렁임은 있지만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세 거주율은 출렁임은 있지만 대체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월세 거주율은 감소하다가 2012-2014 시즌에 소폭 증가하고 이후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자가와 무상거주를 제외한, 고소득층의 전/월/사글세 비율입니다.
출렁임은 있지만 대체로 감소하네요.
5.
대체 2014-2016 시즌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당시 박근혜 정권에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여러 정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중소득층의 자가 점유율을 급상승 시킨 정책이 뭔지는 제가 잘 모르겠네요.
다만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저소득층에게는 불리했을 거라 추측할만한 방증이 있는데요
위 차트는 2006-2019년 저소득층의 거주 주택 유형 비율입니다.
단독주택 비율이 감소하고, 아파트 비율이 출렁이고, 연립주택 비율이 감소했는데요,
이를 제외한 나머지를 볼까요.
2014-2016 시즌을 기점으로, 저소득층의 거주 주택 유형 비율을 보면
다세대주택 거주율이 증가했고
비거주용 건물내 주택, 곧 상가건물 탑층의 '주인세대' 또는 '가게나 창고 뒷방' 거주율이 소폭 증가했고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겠죠?)
주택 이외의 거처, 곧 오피스텔 또는 고시원/숙박업소 달방/쪽방/비닐하우스/농막/움막 등의 거주율이 4~5배로 대폭 증가했네요.
이 역시 전자보다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할 수 있고요.
따라서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줄어든 시기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2019년까지 특별히 개선되지도 않았네요.
6.
이상의 차트를 종합해서 분석하면,
2016-2019년의 전체 주택 자가 점유율 상승은
고소득층의 지속적인 자가 점유율 증가와
2014-2016 시즌에 두드러진 중소득층의 자가 점유율 급상승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영향을 배제하고 살펴본 저/중소득층의 전/월/사글세 비율은 횡보~소폭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정안 서두에서 제시한 데이터는 의도와 맞지 않는 잘못된 취사선택임이 명백하나
이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상정한 저/중소득층의 주거 불안정을 명확히하는 최신 지표 제시에 미비했을 뿐,
2016년-2019년 전체 주택 자가 점유율이 증가했다는 연유로
저/중소득층의 전/월/사글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은 오류이며
더 나아가 해당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불필요하거나 잘못되었다며 부정하는 것 역시
침소봉대의 오류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런 오류가 댓글로 줄줄이 달린 MLB파크의 링크를 달아놓고는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2006140043813256)
마치 자신은 객관적 전달자일 뿐이니 독자 스스로 이 오류를 두고 고뇌하라는 듯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판단은 여러분 스스로 하십시오"
두 문장만 던져놓는 게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부러 아무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더 그렇고요.
7.
01:30쯤에 해당 글을 보고
02:30까지 자료를 확인하고
03:00까지 가설을 세우고, 보충자료를 찾고
04:40까지 차트를 만들고, 글을 쓰고.
제목 한 줄과 본문 한 줄에 대한 반론이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네요.
이도저도 아니게 앞뒤 다 잘라놓은 한 줄 던지지 마시고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논리와 근거에 입각해 정정당당히 주장을 펴시길 바랍니다.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