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년전쯤? 어떤 카페에서 있었던 이야기
당시 집에 혼자 있기도 힘들고.. 어떻게라도 사람 좀 만나야겠다 할때 겪은 이야기입니다.
여튼 밖은 나가고싶은데 부를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술마시는 모임에 나갈수도 없고..
그래서 찾은게 취미모임방.. 거기서 저는 주로 보드게임과 방탈출 위주로 참석을 했었네요.
하루는 멤버중 자기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있으니 거기서 보드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한 8명정도 되는 멤버가 모이기로 했습니다.
위치는 대구역 근처 북성로쪽에 카페고 지금도 검색해보니 대구 감성 카페로 꽤 유명하네요.
성격상 항상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서는 편이지만 그날은 조금 타이트하게 도착했던걸로 기억납니다.
상황을 보니 이미 3~4명정도는 도착해있더군요.
얼른 카페를 찾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고풍스런 카운터에 주인으로 보이는 노신사분이 컵을 닦고 계시더군요.
1층에는 사람이 앉을 자리가 없어보이길래 옆에 보이는 2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갔습니다.
근데 2층에 아무도 없네요?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을 시간이긴 하지만 일행도 안 보이길래
2층 조금 더 둘러보고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사건은 거기서 시작됐네요.
1층으로 내려오니.. 그 주인분 노신사님이 저를 부릅니다.
네? 하고 갔더니.. 그때부터 엄청난 훈계? 꾸지람? 설교? 가 시작되더군요..
대충 요약해서 말하자면..
'아무리 여기가 손님에게 차를 파는 카페라지만
나는 여기 사장이고 너는 손님이고 다르게 말하면 여긴 우리집이고 넌 우리집을 찾아온 사람인건데
와서 나를 봤으면 인사 먼저 해야하는게 예의가 아니냐?
너는 인사도 없이 남의 집을 막 뒤지고 다니면 내가 뭐가 되나? 기분이 좋을리가 없지 않나.
찾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물어보면 나도 당연히 알려줄껀데 너는 예의란것도 모르냐...'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듣다보니 맞는말같기도 하면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말을 듣고 있어야 하나? 하며 갈등했지만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괜히 일 크게 만들고싶진 않아서 저도 바로 웃으며
'아 죄송합니다 제가 사장님 계신걸 못보고 지나쳐버렸네요 ㅎㅎ
제가 큰 실수를 저질러버렸네요 ㅎㅎ 죄송합니다.
여기 저희 일행이 이미 와있다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아시는지요?'
라고 말하니.. 닦던 컵 마저 닦으며 턱으로 어딘가를 가르킵니다.. 거길 보니 마당? 으로 나가는 문이 보이더군요.
거길 지나쳐가니 다른 테이블들이 나타나고 거기에 일행이 있더군요.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머지 일행들도 몇명 도착했지만 한명은 도중에 일이 생겨서 집에 갔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온 일행은.. 이상하게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합니다.
딱 느낌이 오더군요.. 얘도 한 소리 들었구나-_-;
모임의 주된 연령대가 20대 초중반에서 30대 초반이기도 하고..
이 친구는 왠지 딱 봐도 취미활동보단 연애활동이 우선시 되는 그런 친구이다보니..
항상 나름 가오? 좀 잡으면서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친구였는데 그날따라 멤버들 앞에서 가오가 많이 죽었나봅니다.
오자마자 사장님 욕을 막 하는데 꽤나 열받은거 같더군요.
혼자 10분정도 씩씩 참다가 결국 자기는 안되겠다면서 뛰쳐나갑니다. 보니깐 사장님이랑 한바탕 싸우더군요;
적당히 중재시키고 그 친구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고보니 도중에 못온 멤버도 사실은 카페까지 왔지만 사장님 응대에 화가나서 돌아갔다더군요..
결국 그 카페를 추천한 멤버는 나도 이제 여기 못 오겠다 하며.. 그날 모임은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시간이 꽤 흐르긴 했는데 아직도 그날 기억 돌이켜보면.. 그 어르신 말이 맞나? 아님 꼰대인가? 헷갈리기도 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ps.
사장님 응대를 떠나서.. 카페는 진짜 이쁩니다. 커피맛도 멋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방문 의사도 있을 정도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