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이후로 간만에 느껴지는 장시간의 긴장감이네요.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분분한 논란이 있는 작품입니다.
주된 내용은 '믿음'일 겁니다. 그 반대인 '믿지않음'도 동일하구요.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과학'을 사용합니다. 인류가 현대까지 쌓아올린 지식, 그리고 철학위에 우리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현재 (아마도) 가장 설득력있고 많은 사람들이 결과물을 내밀어도 쉽사리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하고 입만 삐죽 내밀만한 방법론은 '과학'입니다.
실험과 증명을 통해 물질과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만큼이나 유효한 방법론이 현재 또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모든 내용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그 수치나 수식, 텍스트에 압박당해 마지못해 동의해버리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 '과학'이 먹히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서 그 '과학'을 배제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영화에서 '독버섯'은 이미 공공연한 뻥으로 치부됩니다.
우리는 과학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운 정도의 지식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식들은 꽤 핵심적이고 보편적이어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서의 많은 부분은 설명 가능하고, 우리는 그렇게 현실에 '과학'이라는 렌즈를 끼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종교는요? 영화에서는 과거의 패러다임이었던 '종교'에 관한 많은 상징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종교적 지식은 과학에 비해 한없이 빈약합니다. 외지인의, 무당의 굿이 어떤 의미인지, 거기 나오는 인물과 행위들이 어떤 종교적 의미인지는 관객조차도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정보없음'의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형사'종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처음에 독버섯 이야기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고, 겪은 일들은 과학적인 방법론인 '독버섯론'으론 확실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과학'이라는 방법론이 깨진 거지요. 그리고 이러한 공백을 무당과 교회, 귀신을 보는 정신나간 여자, 무섭고 해괴한 제단을 가지진 정체불명의 외지인이 메웁니다.
인간은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확실한 손해보다도 불확실성을 더 싫어합니다. 확실한 손해라면 손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이 손해를 감수하고도 내가 얻는 이익은 무엇인지를 가늠해보지만, 불확실하다면 일단 손을 빼고 보는 게 인간입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모든 불확실성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인간은 살아가면서 맞부딪치는 불확실성도 많죠.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의 함정에서 인간은 과학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무지와 불확실성에서 미약한 인간이 권위에 기대거나 감정에 치우쳐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나락으로 빠져드는 게 '곡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많은 영화는 주인공의 입장과 감정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려 다양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곡성'은 아주 훌륭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귀신이니 굿이니, 칼춤이든 촛불이든 까마귀든 염소든 아무것도 모르겠다구요? 그럴겁니다. 그리고 그걸 모르고 영화를 보니까 이해하기 힘들다구요? 그렇겠죠. 종구도 그랬으니까요. 여러분과 같은 상황에서, 설명 불가능한 현상만을 보고, '전문가의 권위'를 가진 무당과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함과 힘, 선지적 능력'을 가진 무명의 상반된 정보를 받게 된다면 여러분은 '종구'와 완전히 동일한 상황인 겁니다.
어떤 종교적 의식을 보고 이해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그 종교적 의식을 보고 '이해하지 못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그 상황에서의 주어지는 제한된 정보에 '현혹'되느냐 마느냐? 그런 선택을 통해 미약한 인간의 살고자하는, 그러나 무지하고 어리석은 발버둥에 공감하도록 만든 게 아닌가 싶네요.
영화의 주된 내용은 결국 '인간의 운명은 인간이 결정한다. 허나 그 [인간]은 누구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언맨을 필두로 하는 진영은 '인간=인류'라는 의견이고, 캡틴 아메리카를 필두로 하는 진영은 '인간=개인'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네요.
스토리는 영웅들간의 화려한 막싸움보다는 좀더 치밀하고 탄탄하게, 화려하게 뻥뻥 터지진 않지만 거칠고 무게있게 흘러갑니다. 액션도 약간은 처절하다는 느낌도 들구요.
에이지 오브 울트론보다는 윈터솔져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어벤저스2를 예상하고 가시면 심심해서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잘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필름통에 돈다발을 쑤셔넣으면 알아서 튀어나오는 블록버스터라 평가하기엔 너무 뛰어나지 않나 싶네요. 캐릭터들도 누구 하나 빠짐없이 적절한 비중과 분량을 가집니다. 중간중간 웃음코드도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단순히 영웅들이 '많이'나온다고 영화가 영웅의 수만큼 재미가 배가되진 않는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웅이 10명 나온다고 1명 나오는 영화보다 10배 재미있을까요? 오히려 정신없어 몰입에 방해되고 분량을 맞추느라 스토리는 엉망에 깊이도 영양가도 없는, 사공만 많아서 영웅 1명 나오느니만 못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게 제 의견이었습니다. 마치 배트맨 vs 슈퍼맨처럼 말이죠...... 아니면, 어벤져스1, 2가 그랬듯이 단순하면서도 비주얼은 훌륭한 오락영화가 되거나 말이죠.
그런데 시빌 워는 제 편견을 깼습니다. 물론 영웅의 수만큼 재미가 정량적으로 증가하는 건 아니지만, '유명한 영웅들이 총출동한 영화'라는 수식어를 떼더라도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서 훌륭한 작품성입니다. 갈등과 고뇌에 깊이가 있어요.
KT 통신사 쓰시면 기지국으로 바로 잡하니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