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잠들기 전에 공포 또는 슬래시무비 찾아보면서 잠들 정도로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데....
그것과는 별 건으로 오늘 기묘한 경험을 함.
우리집에 같이 모시고 사는 92세 외할머니께서 어머니와 충남 금산리 농막 놀러가셨다가 심장이상으로 순천향병원 입원하셨다 몇 일만에 회복하여, 우리집 인근 장기요양병원으로 이송 오셨음.
외할머니 요양병원 수속과 어머니 모시러 요양병원 들어가는 찰라 사망하여 나오는 응급차 이동침대에 하얀면포와 경찰인지 2명, 이송요원 2명이 스쳐갔음.
예전 10년 전에 노인장기요양 관련 관리자 일을 하면서 사망자분들 종종 봐왔기에 좀 무덤덤하게 스쳤는데....
한 5분 정도 지났을까싶은데 갑자기 머리가 깨질듯 아프고 코에서 뜨거운 숨이 나오고 몸살이 걸린 것 처럼 아파서 요양병원 앞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운전석 등받이를 최대한 눕혀서 있었음.
"요양병원 들어갈 때 마스크 다 했었는데, 여기서 코로나 걸렸나? 몸이 왜 갑자기 아프지?"
온 몸의 뼈 마디마디가 끊어질듯 아프면서 운전을 못 할 정도였지만... 어머니 모시고 집으로 가야하기에 꾹 참고 기다렸다 어머니를 챠량으로 모심.
'어무이 여기 병원 들어오고 갑자기 몸살나고 머리도 아프네요, 희안하네요'라고 말하니까...
'기가 약해져서 귀신 들렸다'라면서 집에 가면 절대 들어가지말고 1층 현관앞에 서 있으라 하심.
"무슨 영화 파묘 찍으셔요? 그런게 어딨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진짜 못들어오게 하시고 현관앞에 세우시고,
어머니는 집에 들어갔다 나오시면서 손에 고춧가루를 한 움큼 쥐시더니만 내 사방으로 '이제 가라, 그만 가'라면서 뿌리시는데....
무슨 미신인가?
나도 조금 있으면 50 바라보는 나이에 너무 우수운 꼴 같아서 화가 났었는데.......
그렇게 고춧가루 세례를 당하고 집 주차장 의자에 어머니랑 잠깐 앉았는데...
정말로 두통이랑 몸살 기운, 특히 뜨거운 숨이 진짜 없어졌음.
어머니 말씀이
"장례식장에도 귀신이 많은데, 귀신 안붙으려고 고춧가루 넣은 육계장을 대접하고, 꼭 먹고 가라고 하는거다."라고 말씀하심..
뭐... 어머니 평소에 무당, 굿, 고사, 점, 부적, 절 관련해서 좀 유난이시긴 했었음.
난 (성적 맞춰서 간 것이긴 하지만) 신학대학교 일반학과 졸업했고, 교회도 안 믿고 종교에 뜻도 없고 믿음도 없었음.
미신 같은 경험은 약 30년 전에 서울 성수동 주택에 살적에 내방 문짝을 꽉 채우는 거대한 덩치와 눈이 시커먼 소복귀신이 문을 열고 나를 계속 바라보던 꿈+가위를 눌렸었는데...
식은땀 흘리고 진짜로 일어났는데 문이 진짜로 꿈에서 봤던 상태로 열려 있어서 한동안 동생하고 같이 잤던 경험이 있었음.
(아무도 방문을 열어보지 않았다는데... 그 귀신 모습도 끔찍하고, 누가 열었는지 내 착각인지 문 열린 모습도 끔찍)
그 이후 30년 동안 그냥 세상살이 열심히 하면서 그런 괴담이나 공포는 기호 일 수는 있어서 믿는 건 사치라 생각했음.
어머니 고춧가루 뿌리면서 아픈게 갑자기 사라지니까 몸은 편한데 반해, 정신적으로는 패닉상태가 되었음.
3주 전 부터 우리집 강아지랑 집 뒷산 산책 다니면서 그냥 출석부 마냥 누가 언제부터 쌓았는지 모를 돌탑에 돌 하나씩 주어서 중간부위 빈 틈에 채워넣고 있음.
진짜 괴이는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정말 우연의 일치인가?
48년 인생에 이런 경험과 고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었음.
그냥 아프고 말았더나, 그냥 멀쩡해졌다면 몰랐을텐데.... 그 고춧가루 뿌린 직후에 멀쩡해져서 너무 혼란스러움..
딸래미가 키우자고 우겨서 3년 전에 입양한 말티즈 '호동' (강호동 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의미로)
우리집에서 나를 가장 많이 따르는데, 침대에서 같이 안잠 (귀찮)
오늘은 내 침대 머리맡에서 같이 누워서 강아지 배 쓰담하면서 누워있는데 맘에 좀 편해짐.. ㅠㅠ (편할 때만 이용하는 나쁜 주인)
나이를 먹고, 겁도 먹고 맘이나 행동을 더욱 더 조심해보자고 생각해보는 밤인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