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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사건 2 (0)
2023/11/08 PM 05:14 |
사건 2
하늘이 너무 푸르던 날 강철로 만든 사각의 관이 서서히, 그러나 거침없이 부유하고 있었다 깜빡이지 않는 차디찬 눈동자만이 소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옥상에서 떨어져 유리병처럼 깨진 삶 아스팔트 위에 남은 새빨간 눈물과 날선 마음 조각만이 사건을 짐작게 했다
차디찬 눈동자가 남겨둔 기록 한 장 한 장 망막에 새길 때 응당 새어 나온 탄식 움츠린 소년의 울먹임을 그때 우리는 왜, 보지 못했을까 가녀린 소년의 흐느낌을 그때 우리는 왜, 듣지 못했을까
떠밀린 소년은 죄인이 아니 오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깨끗해진 거리에 남겨진 우리야말로 남겨진 우리야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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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둥지를 잃은 새 (0)
2023/11/01 PM 05:13 |
둥지를 잃은 새
우리는 둥지를 잃은 새요 쉼 없이 창공을 저어도 다다를 곳 없는 가련한 새요
이제 막 깬 무리들이 뛰어들고 있소 뛰어들고 있소 까마득한 절벽으로 뛰어들고 있소
비상은 무엇이오 온 세상 내려다볼 듯 높아도 끝내 추락하고 말 새요 위상은 무엇이오 힘찬 날갯짓 영원할 듯싶어도 지쳐 떨어지고 말 새요
바람을 주오 숙명처럼 돋아난 날개로 날아야만 한다면 차디찬 대해 건너 우리의 둥지가 있다고 찐득한 하늘 뒤에 우리의 둥지가 있다고 그 뻔한 거짓에 순진한 날개를 펼쳐 보일 테니 바람을 주오 바람을 주오 우리에게 헛된 바람을 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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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사건 1 (0)
2023/10/26 PM 05:51 |
사건 1
주인을 잃어 한층 쌀쌀해진 방 좁고 희미할지언정 길은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산소를 물어다 줄 발자국이 단 하나도 더듬어 볼 것도 없는 명백함 현장은 단순한 사실을 나열하며 시대를 고발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목격할 뿐이었다
시대가 그의 목을 조를 때 그는 있는 힘껏 소리쳤으나 그 누구도 듣지 않았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기에 밀실이 되어버린 방에서 그는 한 줌의 산소를 갈구하며 서서히 싸늘해졌다
시시한 결말에 인파는 금세 흩어졌지만 밀실 앞은 그들이 남긴 발자국으로 가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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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별을 적다 (0)
2023/10/19 PM 08:11 |
별을 적다
시계바늘 꼭대기에 닿아 서서히 내려오는 밤에도 온기 없는 불빛이 남아 별이 보이지 않았다
불빛에 모여든 하루살이 차디찬 유리창에 매달려 애달피 생을 갈구하여도 시계바늘의 추락은 멈추지 않았다
뒷주머니에 꾸겨 넣은 새하얀 종이를 꺼내 별을 적었다 오늘 같은 날에 별 하나 없다는 건 너무도 서글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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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의젓하다 (1)
2023/10/11 PM 05:48 |
의젓하다
사랑받은 아이는 넘어지면 울음을 터트린다 아픔을 전할 줄 알고 슬픔을 나눌 줄 안다 그렇지 못 한 아이는 넘어져도 울지 않는다 켜켜이 쌓인 푸른 멍 꾹꾹 눌러 삼키고 만다
아이의 의젓한 그 표정이 나는 퍽 눈물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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