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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시대의 종말 (0)
2023/01/12 PM 05:05 |
시대의 종말 _ 박창선 시계태엽이 또각이는 정점을 지나 해가 없는 한낮의 풍경에 눈이 멀었다 녹지 않은 봄을 어루만지며 차갑게 타오른 손에서는 어째선지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총성이 멎지 않는 도시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껏 들이마신 젊음은 취한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노인은 엎어져 잠든 채로 깨지 않았다 깜빡이는 신호등 아래에는 알록달록 얽힌 차들이 불타오르고 선을 잃은 행인은 흩어지고 흩어진다 이내 들리는 폭발음은 우주의 탄생인가 나는 기꺼이 촛불을 켜 새 시대를 찬양하리라 쏟아지는 유리 세례 받으며 이 빌어먹을 시대의 종말을 목도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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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나는 물고기니까 (2)
2023/01/09 PM 04:43 |
나는 물고기니까 _ 박창선 하늘 향해 힘차게 뛰쳐 올라 청춘 가득 담아오지만 가만 누워 바라보기만 해도 파랗고 파랗고 파랗고 파란 건 바닷속 모래밭에도 잔뜩인 걸 푸름을 한껏 뽐내는 너의 마음을 여전히 모르겠어 허파를 파고드는 따스함은 못 견디게 괴롭기만 한 걸 비린내 나는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녹았어도 나는 물고기니까 쪼그라든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뱉어내도 부르튼 입술이 좋아 너는 물고기였고 나는 물고기니까 너를 향한 동경은 거품처럼 수면 위를 향할 테지만 뱉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꼴사납게 쪼그라들면 뭐 어때 헤엄은 누구에게나 발버둥인 걸 고고하게 치켜든 백조의 심정은 여전히 모르겠어 두 눈을 찌르는 태양빛은 못 견디게 괴롭기만 한 걸 비린내 나는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녹았어도 나는 물고기니까 잔뜩 쪼그린 꼴이 좋아 몇 번이고 뱉어내도 부르튼 입술이 좋아 너는 물고기였고 나는 물고기니까 몇 번이고 녹았어도 여전히 짜디짠 바다에서 못 견디게 그리워질 때 바늘을 콱 삼켜볼까 해 너는 물고기였고 나는 물고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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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사막에도 꽃무리가 피었다지 (0)
2023/01/06 PM 05:03 |
사막에도 꽃무리가 피었다지 _ 박창선 잃어버린 날들은 꽃씨가 되었을까 저 먼 사막에선 꽃무리가 피었다지 모래바람은 나그네의 등을 떠밀고 별은 무심히도 반짝인다 주머니 속 태엽시계가 사각사각 힘겹게 하루를 뱉어내어도 쏟아지는 흐름에 어찌할 바 모르고 요즘도, 그런 것에, 그렇게 어쩌면 우리는 신화가 되려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높고 낮은 떨림에 담긴 구절이 되려나 남보다는 조금 더 진한 인연도 세월 속에 옅어져 가겠지만 순간을 간질이는 손가락에 걸고 지금은 그저 웃어주고 싶다 잃어버린 날들은 꽃씨가 되었다고 우리의 이야기는 조금 더 먼 곳에서 조금 더 먼 곳에서 활짝 피어나리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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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시] 잠꾸러기 2 (0)
2022/12/26 PM 07:43 |
잠꾸러기 2 _ 박창선 너무 오래 잔 탓에 가장 어두울 때에야 눈을 떴나 보다 창밖은 왜 이리 캄캄한 지 묵묵히 지켜보던 가로등도 지쳤나 보다 펑펑 눈이 온다 한밤의 고요마저 집어삼킬 듯 펑펑 눈이 온다 새벽 길이 얼지 않도록 눈이라도 치워볼까 잠든 당신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나가야지 낭만을 잃은 밤이 유난히도 길다 너무 오래 잔 탓이겠지 너무 깊게 잔 탓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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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_습작모음] 잠꾸러기 1 (0)
2022/12/23 PM 06:05 |
잠꾸러기 1 _ 박창선 눈보라 치는 날에 꽃구경 갈 순 없으니까 오늘은 집에서 영화나 보자 때로는 현실보다 환상에 젖어들고파 성냥불처럼 사그라들 온기에 젖어들고파 거무죽죽한 창밖에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만 5분만 더 5분만 더 잠투정하고 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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