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여성주의, 지방선거, 난민수용, 훈장수여 등
사회 전반에 가치관의 대립이 점점 극명하게 나타나고
요즘들어 마이피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는 느낌이네요.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그냥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아져서
두서없이 꺼내봅니다.
1.
"나는 논리적이다"라고 자찬하는 사람 중에 진짜 논리적인 사람 거의 없더라구요.
진정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주장에 대한 맹신은
'참', 곧 진리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만두고 '거짓'에 안주하는 행위이기에
비-논리적인 행동이라 여기죠.
반면 자신의 주장에 맹점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혹시 오류가 있다면 그것을 수정하여
진리를 향해 점진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고요.
그런 자성적 노력을 보는 주변인들이
'저 사람은 참 논리적이야'라고 말해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거죠.
결국 "나는 논리적이다"라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나는 비-논리적입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2.
"납득이 될 만큼 수준있는 반박이 없다"는 사람 중에 진짜 납득해보려는 사람 별로 없더라구요.
납득을 하거나 또는 못하려면 우선
① 그래? : 상대의 주장에 대한 인식
② 그런가?: 그에 대한 사실판단 및 가치판단
③a 그렇군!: (오류를 발견하지 못함 & 상대의 가치에 감화된 경우) 상대에 대한 동의
③b 그런데~: (오류를 발견함 or 상대의 가치에 감화되지 않은 경우) 상대에 대한 반문
이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요
사려깊은 생각은 제쳐 두고
'네 다음 난독증' '응 아니야' '이해 못하세요?'등의 공격적 태도를 보이다가
"아무도 저를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제 말이 옳다는 뜻이죠"라며
정신승리를 선언하는 어구로 사용하더라구요.
결국 논리핑퐁 없이 그냥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나는 납득할 생각이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3.
작은 요철만 걸려도 요란하게 덜컹대는 가벼운 수레는 빈 수레
큰 돌멩이를 넘어도 조용하게 지나가는 묵직한 수레는 찬 수레
작은 일에도 요란스레 떠들어 일을 벌이고 경거망동하는 사람은 빈 사람
큰 사안에도 진중하게 중심을 잡고 조용히 호시우보하는 사람은 찬 사람
빈 수레는 백 번을 다녀가도 실속은 없이 소음만 발생시킬 뿐이고
찬 수레는 한 번씩 다녀갈 때마다 꾸준히 뭔가를 이루어내죠.
빈 사람은 수많은 말을 떠든다 해도 정작 행동은 헛될 뿐이고
찬 사람은 굳이 말하고다니진 않더라도 실제 삶에서 변화를 만들어내죠.
4.
빈 수레가 요란하지 않을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① 찬 수레로 거듭나거나
② 소리내지 않도록 가만히 있거나.
①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②는 그럭저럭 쉽고 익숙한 편이네요.
그럼 빈 수레인 저는
숲속 친구들 각 쎄우지 않도록
조용히 피카츄 배나 쓰다듬으러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와 어려운 단어로 포장한 자랑글 중에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천천히 읽는 내내 뜨끔했습니다. 자아성찰과 일도정진의 힘든 길을 외면하고 어쩌면 저도 그렇게
자만(自滿)의 쉬운길을 택해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요일 새벽에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행복하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