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오래 살다 사업 때문에 내려오신 누나 분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서면에서 송정까지 바래다 드렸다. 송정 골목에 들어서니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꽤 보였다.
보행자들이 있을때마다 차를 세웠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분들은 거의 무조건
차를 세워줘서 고맙다고 목례를 한다.
그럼 나는 아이컨택을 하고 인사하실 필요 없다는 뜻으로 도리도리를 한다.
다른 동네는 내가 안 살아봐서 모르겠고.
부산으로 한정해서 말하자면 이런 횡단보도에선 농담 좀 보태 보행자들은 안전을 건
눈치 게임을 해야 한다.
한 번 칠거면 쳐봐라. 하고 당당히 건너는 사람 소수와, 눈치 보면서 쭈뼛쭈뼛한 분들이 많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누나가 눈이 땡그래진다.
"부산에서 횡단보도 앞에 차 세우는 사람 처음 봐" 하고
한 번은 강릉에서 내려와 부산에서 대학 생활 중인 후배를
기숙사까지 태워다준 적이 있다. 역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있을때마다
보행자들이 건너려 하면 차를 멈췄다.
"형님, 부산에서 형님같이 운전하는 분 처음 봅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
아직도 아주 가끔은 운전하다가 아차 싶은 실수를 할 때가 있긴 하다만.( 가령 차선이 갑자기
직진이 불가능한 차선으로 휙 바뀌어서 계획에 없던 길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거나 하는)
적어도 부산의 나쁜 운전 문화를 꼬집고 자성의 목소리를 낼 자격 정도는 스스로 갖췄구나 싶다.
앞으로도 맘 놓고 운전 개떡같이 하는 것들 욕해야지
고속도로에서도 깜빡이 안키고 그렇게 끼어드는 놈들은 처음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