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년차입니다.
창업 2년차 해에 2천만원의 대금을 못 받다가
중재원까지 가서 7개월만에 받은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대금 미지급 이슈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한 번 겪었습니다.
연초가 원채 비수기인지라 일을 안 가리고
구하려 한 제 불찰이 제일 크네요.
클라이언트는 저랑 같은 지역에 있는 업력이 꽤 되는 기업체고.
이사님이랑 개발 실장님이 직접 저희 사무실까지 방문 주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후 작업 착수에 앞서 계약 등 페이퍼워크를 먼저 진행하려 했는데
그쪽에서 정말 급한 사정이라며 작업부터 일단 가자는 늬앙스였습니다.
알량한 경험으로 저는 이정도로 서로 얼굴이랑
말을 깠으면 나중에 말 바꾸지는
않겠지 하는 착각을 했어요.
사실 작년에도 견적서까지 떼어드리고 한참 메일 주고 받던 중
그쪽에서 연락을 끊어서 흐지부지된 적 있었고.
올 해에도 설 이후에 미팅을 가지자 하길래
며칠을 스케줄을 비워뒀었는데 또 연락이 없다가
한참 지난 시점에서 대뜸 전화가 와서
진짜 매너 없고 자기들 사정밖에 모르네.
하고 넘겼었습니다.
쨋든 작업을 마쳤는데.
작업물을 제플린으로 넘기고 2주를 기다려도
피드백이 안 와요.
메일을 보냈더니 추후에 답변 준답니다.
짜증나서 추후같은 막연한 워딩 말고
명확히 답을 달랬더니 전화가 오더라구요.
이번 건은 자기들의 클라이언트가
다른 업체를 선정했다며 같이 못 한답니다.
그래놓고 돈도 못 준대요.
그냥 시안차 참고만 하십사 하고 자기들한테
주는 줄 알았다구요.
그러면 이미지 파일로만 받았어야지 왜 제플린을 요구했는지ㅡㅡ;;
회사 대 회사로 일을 진행할거면 돈 줄 사정이 안 되면 견적서는
왜 떼어달랬으며, 쨌든 사정을
사전에 말했어야지 싶고.
너무 속이 보이니까 화도 안나고
제가 노동이 발생한 시점에서 무조건 노동에 대한
댓가는 지급되는 게 맞죠 이사님. 라고 찔렀더니
이사라는 분은 구구절절 상식 밖의 궤변만 늘어놓으며
돈을 못 주는 이유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이런 곳이 회사 타이틀을 달고 일하고 다닌다고?
하는 연민도 나중엔 생기더라구요.
끽해야 몇 십 수준이었을 대금을 못 주는 이유 중
하나가 회사가 재정적인 문제가 있답니다.
겨우 몇십도 못 쓰는 형편이면 남한테 일 맡기면
안 되고 자기들 힘으로 알아서 했어야지 않나 싶고
그냥 댁들 회사는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회사라고
알며 살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몇십만원 상당의 타인 작업물을 취할 수만
있다면. 몇십만원을 아낄 수만 있다면
나와 내 조직을 부정적으로 보는 집단이 3~4명
더 생기는 거 쯤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딱한 사정의 회사 덕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회사라는 장치를 갖고 있는 나도 이렇게 당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개인 프리랜서들한텐 얼마나 더 못됐게 할까 싶고.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