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서 알게 된 서울 친구가 부산에 놀러와서
이틀간 같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인을 소위 말하는 서울 촌놈이라고 소개한 친구는
태어나서 가장 멀리 나간 동네가 친척분들이 계시는
경기도권의 시들이라고 하더라구요.
기승전 술자리긴 했지만 나름 알차게 시간 보내게 해주려고
낮에는 영도, 태종대, 달맞이 길 등으로 운전기사 열심히 하면서
모셨습니다. 국밥은 별로 감흥 없어 하고
밀면 맛을 재밌어 하면서 서울 가서도 생각날 거 같다로 하더라구요.
"내도 국밥을 2주에 한번꼴로밖에 안 먹어서 국밥알못이라
맛 없는 곳 데려온 걸수도 있다"
라고 하니까 그정도면 쥰내 자주 먹는거라고 크게 웃어서
괜히 머쓱했습니다.
서울 돌아가는 부산역으로 바래다주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다 간다면서
이해가 안 간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마지막에 조금 씁쓸한 대화가 오갔는데
뭐가? 하고 물어보니
동네도 크고 정말 윤택하게 있을거 다 있더라.
해운대 쪽은 호사스럽기까지 하더라. 날씨도 참 좋고.
바다까지 있는데 왜 부산 20대들은 굳이 서울로 올라오는 거냐.
니가 부산에는 구축 아파트 중에선 아직 1억원대에 살 수 있는
집도 있다고 했잖냐. 집값도 좋은데 왜 이 좋은 고향 두고
서울로 오는거냐. 이해가 안 된다.
"여긴 블루칼라 직종 빼면 직장이 없다. 진짜 없다. 일예로
니가 그 윤택한 부산 도시 돌아다니면서 공기업 제외하고
이름 난 기업 상호가 걸린 빌딩을 몇개나 봤냐."
"아..."
"나는 내 인생 목표가 부산에 있어서 남았지만 내 친했던 친구들 중에 부산에 남은 애들이.
나랑 같이 일하는 친구들, 그리고 대기업 부산 지사에 영업으로 재직중인 친구, 공무원, 전문직
친구들 빼고는 다 서울로 갔다. 자기 전공 살려서 일할 직장이 부산에 없거든. 그렇다 현실이"
근데 이것도 배부른 한탄이다. 더 심각한 도시도 많다 친구야. 하니까
갑자기 미안해진다고 해서 왜 니가 미안하냐고 웃었네요.
고향 도시 좋게 봐주니 기분은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