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아버지의 열렬한 애정에 영향을
받아 나름 어릴 적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진 편입니다.
스무살 무렵 생에 첫 투표를 경험하고나서
평소엔 정말 재밌게 잘 지내던
저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지인, 친척들과의
대화에서 오는 피로감이 상당했던지라
가족들과도 정치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서로의 치부도, 아픔도 가장 많이 알고 있고
보듬어준
십수년지기 인생 베프와는 정 반대의 정치관을 가지고 있고
지지하는 정당과 인물도 반대더군요.
친구가 원채 사고가 건전한 덕분에 같이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눠도 언성 한 번 높아진 적 없네요.
이번에 대선을 앞두고 한잔 하면서도 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악구도같은 유치한 프레임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우리는 각자 자기가 사회에 처한 상황에서,
가장 내게 좋은 걸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 뿐이다. 내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나가기 위해 얻을만한 것들을 나 대신 가져와줄 수 있는
사냥꾼, 투사를 뽑는 거라고 생각하자구.
차기 대통령은 거의 확정적이더군요.
친구에게 원하는 대통령이 나온걸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일 잘 하는지 지켜보고. 혹시나 삐리하면 끌어내리자."
라고 친구의 답변이 왔습니다.
오늘 투표하신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