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국 음향감독인 올 해 만 31세입니다.
대학교는 서울소재 모 대학 경기 캠퍼스 일어과를 늦게 졸업했습니다. 01학번인데 11년 2월에 졸업했죠.
전 사실 대학시절 생각하길 ‘죽어도 책상머리에서 펜대굴리는 직장은 가고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연주를 좋아해서(하지만 실력이나 재능, 외모는 경쟁력이 없기에) 공연관련 분야나, 음향기술을 업으로 삼고자 했었죠.
그래서 나름 해외 경험한답시고 일본 워홀 1년, 미국 유학(esl+음향학교 중퇴) 1년 반을 휴학하고 다녀왔습니다.
일본 워홀 갈 때 소정의 초기비용을 제외하고는 제가 현지에서 일하면서 생활했구요.
일본 워홀기간에 거의 안놀고 일만해서 번 돈을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미국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등하교 및 출퇴근을 위한 차량 유지까지 매번 힘에 부쳤지만
겨우 버텨나갔는데, 제 차였던 93년형 닛산 알티마가 엔진이 맛이 가버리면서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집에 손을 벌리기도 어려웠던 저는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귀국을 했죠.
귀국 후엔 남은 대학4학년을 마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본 미국 잠시 생활해본 가닥이 있어서
외국어는 준비되었고, 비교적 어렵지 않게 무역회사에 취직을 했죠.
사실 귀국해서 레코딩 스튜디오나 공연장 등의 일들을 알아봤지만 자리도 거의 없었고, 나이제한을 두는 곳도 많았고,
급여도 터무니없이 적은 곳이 많아서 결국 외국어능력을 살려 무역회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반년도 버티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7시 출근 21시 퇴근이라는 업무시간, 그리고 주 3회 이상이어지는
회식과 접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병이 나서 회사를 그만 두게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대기업 공채, 많은 기업에 도전해서 삼성, 두산, 소니코리아, 닌텐도코리아 등
괜찮은 기업들 면접도 많이 봤지만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더라구요. 프레젠테이션, 토론면접 등에서는 무난히
통과했지만 대개 임원면접에서 광탈…..
한창 눈이 높아져있던 져는 한동안 멘붕에 빠지고 약 3개월 정도를 놀았습니다.
저는 저대로 희망없이 살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속이 터졌죠.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호되게 혼이 나고 홧김에 아무일이나 하자 싶어서 방송국에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음향기술도 미국에서 배웠으니 뭐라도 되겠지 싶어서, 파견계약직으로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경험쌓고 공부해서 정직원이 되야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지상파 방송국 기술직 공채를 위한 공부는 문과출신인 저에겐
너무 생소한것들 투성이고 그 양도 방대했으니까요. 저는 말로만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염불외듯 하며
결국 아무것도 안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만 가진 상태로요. 사실 이 때는 일이 힘든것도 아니고,
시간도 비교적 많이 남아서 틈틈히 공부를 할 수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엄두가 안났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다가 케이블 방송국인 지금 직장에 들어왔습니다. 계약직이 아닌 정직원이고, 그리고 월급도 소폭 상승해서요.
이때만 해도 꽤 괜찮은 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1년 반이 지난 지금 너무 회사를 다니기 힘들어졌어요.
주6일 근무에, 탄력성 없이 9시 출근-퇴근시간은 평균 20시에서 0시 넘을 때가 다반사. 게다가 회사 오너의 마인드도
형편없어서 쉽게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업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와중에 추가수당, 대체휴일등도
없구요. 그 와중에 사업, 총무, 인사 등의 부서는 칼출근 칼퇴근. 부장급 이상 임원들은 이런 부당한 업무분담에 대해서
전혀 개선의 의지가 없더군요.
게다가 제 사수는 제게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고 제 앞가림 하기에만 급급. 게다가 올해 초 연봉 동결…..
점점 힘이 안나더군요.
이 와중에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피로는 쌓여가고, 몸이 않좋은 날이 많은데, 그럴 때 부서장이란 분은
“너 요즘 딴생각하나보다?”라며 비꼬듯이 말을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방송일을 한지가 3년정도 되어 가는데, 급여는 적어도 그래도 일은 재미있게 해 왔는데 이제는 힘도 흥미도 떨어져 갑니다.
사람들도 싫어져 가구요.
이제라도 직종을 바꾸자 하니 뭘 할까 암담합니다. 공인중개사를 공부할까 싶기도 하구요.
직장을 당장 그만두자니 생활이 어렵고 나이도 이젠 용서받기 어려운 나이구요….
사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어렸을 때 차라리 대차게 논것도 아니고, 공부를 빡세게 한것도 아니고, 어영부영 지내온 세월이 너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으셔서 좋은 직장을 계속 문 두드리는 것정도..
원론적인 이야기만 드릴수밖에 없어서 유감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직장은 말씀하신 대부분의 문제가 항상 잠재하고 있어요.
과도한 근무시간(+임금), 엿같은 인격의 직장동료나 상사.....
외국계 회사를 찾아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