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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휴가에 정관수술을 결행하고 4개월이 흘렀습니다.
그간 미션을 클리어하듯 기계적으로 약 50여회의 허공발사를 하고, 장모님 따님과의 교류를 피하며 잘도 참아낸 것 같습니다.
그제 일요일에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연구소 사무실 내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니,
월요일에 전사원 출근하지 말고 PCR 검사를 한 후, 음성판정이 나오면 화요일에 출근하라더군요.
PCR 검사 결과는 보통 9시 이후 문자로 오니, 최대한 빨리 출근해봤자 오후 출근이 유력했습니다.
이때구나.. 싶습니다.
어차피 오후출근인거, 비뇨기과에 들러 무정자 검사를 진행 후 출근하기로 합니다.
4개월 전에 받아놓은 정관수술 패키지를 어따 짱밖아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으나,
상비약을 모아둔 곳에서 어찌저찌 패키지를 찾았습니다.
아내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첫째 어린이집 등원을 동행보내고...
경건한 마음으로 아내의 허가를 받아 모닝딸에 임합니다.
그간 하도 기계적으로 사정해댔더니 뭐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이러다 정상적인 부부관계에 돌입해도 속사로 끝날까봐 문득 두렵네요...
아무튼 우윳빗깔 액체를 검시통에 받아 가방에 찔러넣고, 아내와 얼굴 마주하기가 무안하여 후다닥 집을 나섰습니다.
정관수술을 진행했던 병원에 도착해 접수대에 얘기하자, 검시통 제출하고 3만원 결제하고 가라고 하더군요.
서로 무안할 것을 이미 수많은 경험으로 알고있는지, 결과는 전화로 통보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다시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오는 도중 전화가 왔습니다.
의사 : 잘 들으세요. 선생은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나 : 뭐요?! 이보슈, 이보슈!!
네... 확실한 씨없는 수박이 되었습니다.
중성화 수술 석세스.
솔찍히 정관수술 당시보다 지금이 뭔가 심적으로 애매모호한 상태입니다.
아내는 소식을 듣더니 웃으며 축하하기도 뭐하고 위로하기도 뭐하다며 뜨밤이나 하자고 합니다.
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씻다니? 왜??
정관수술 관련 후기는 이제 없겠네요.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인생의 일대 이벤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