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피에서도 최근 몇번 본 내용인데요..
인력난이 심하고 신입&경력사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글이요.
제가 딱 그상황이거든요.
첫입사 회사에서 12년 장기근속중이고, 팀장도 하고있는데
올해들어 너무 많은 부하직원들이 이직을 위해 퇴사를 했고 그 대체인력이 구해지지 않아
현재 저는 주단위로 거의 100시간을 일하고있는 상황입니다.
100시간이라 할 만큼 업무과중이다 하는게 아니라 진짜 100시간을 일해요.
오전 8시전후로 회사 도착해서 자정 가까운 시간에 회사문을 잠그고 퇴근하고,
그걸 평일이 아니라 토,일요일까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하고있다는거죠.
이직퇴사한 전 부하직원들이 가끔 전화해서 안부물으며 꼭 그얘기를 하더라구요.
형님 실력에 한회사 12년 근속에 평소 보이는 대인관계 정도면 어디가도 더 좋은 대우로 환영 받는데 왜 이직을 안하십니까? 제발 이직하세요~ 라구요.
.. 고민이 진짜 많이 됐습니다.
임원까지 하겠다 맘먹고 12년 근속했던거고, 그렇기에 YES맨으로 일해왔거든요.
불가능한거면 어쩔 수 없지만,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합니다 라구요.
근데 그렇게 12년을 한 회사에서 일했더니,
이젠 누가 안하는 일, 하다가 못하겠다 손 놓아버리는 일은 무조건 저한테 오네요.
주 100시간 정도를 일하고있는데도 처리가 안되서 하나씩 순서대로 터지기 시작하는 폭탄을 다 떠안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스케쥴을 생명력을 깎아가며, 아내와 아이에게 일방적인 양해를 요구하며 하다보니 번아웃이 심하게 와버렸네요.
이 와중에 몇달전부터 스카웃 제의를 해오던 곳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오늘도 출장외근을 종일 했는데, 제 시간 맞춰 제 사는 동네까지 와서 자기회사 소개를 하고
스카웃 조건을 설명하겠다고 하기에 오늘 만나보았습니다.
그쪽 얘기야 당연히 좋은점을 더 부각시켜 소개할테지만, 그걸 감안하고 생각해봐도
제가 왜 지금 회사에서 이러고있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연봉은 당연히 지금보다 높은 액수를 보장했고, 분야도 제 대학원 석사전공 분야에,
그쪽회사 현재 근무중인 개발자들의 업무량과 업무수준을 상세히 들어보니 제가 지금회사에서
하고있는 업무량 기준 많이 잡아야 절반, 예상 추측으로 잡으면 거의 1/3 수준의 업무량이네요.
와.. 나 지금까지 뭐한거지? 싶습니다.
일단 오늘 찾아와 이직제안을 해준 친구(대학 1년 후배이고 거의 가족에 가까운 사이입니다.)에게 이력서를 제출하면
정식절차 무시하고 대표이사에게 직접 전달되고, 면접도 대표이사와 독대로 진행된다네요.
나이 40에 이력서를 써보려니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그 이전에, 너무 싱숭생숭하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많은 이들이 말씀해주시기를 저 하나 퇴사한다고 회사 안망한다고 이직 두려워하지 말라하시는데..
제가 볼땐 저 퇴사하면 지금 회사 심각한 상황이 될거같거든요.
제가 거의 7~8년을 꾸준히 윗쪽에 얘기해왔던게 "사람 뽑아서 바로 써먹으려 하면 그사람도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익히게 되고 그거 반드시 독으로 돌아온다. 회사의 보유기술은 시스템적으로 교육하고 전파되어야 한다." 였는데, 지금까지 안듣습니다.
매번 똑같아요.
- 가르쳐서 써야되면 니가 가르쳐라 시스템 찾지말고.
- 야 이거 니가 해야겠다. 사업이 급박한데 언제 스터디 시키고 실무들어가냐? 잘하는 니가 해라.
이러다보니, 현재 회사 보유기술의 반이상이 저 한사람한테 집중되어있습니다.
제가 처리하던 업무를 같은 기간에 처리하려면 최소 다섯명은 붙여야할텐데, 지금 회사는 인력손실을 매꾸지 못하고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게 왜 마음이 불편하냐..
회사는 뭣같은데 회사 동료들 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하아.. 뭐 답도 없고 정리도 안돼고..
잠은 안오고..
모르겠습니다. 진짜 그냥 고민만 주절주절.. 손가락 가는데로 썼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개인신상을 주절거린걸 후회하고 비공개 전환할지도 모르겄습니다.
근데 지금 기분으로는 아무데나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었어요..
고민할 필요도 없는걸 고민하면 내 정신건강만 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