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물려받은 2007년형 아반테HD를 거의 10년 가까이 타 오다 최근 와이프와 여러 차를 시승해보면서 인생 (거짐)첫 차를 계약했습니다.
주로 국산차 위주로 새로 나오는 GV70, 80까지 간보며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K8하브였습니다.
전기차 가기에는 시기상조란 느낌이고, 지금 가솔린 차 사기에는 아쉬운 느낌이라 하브 기종 위주로 보다가 K8이 딱 마음에 들었죠.
여러 국산차 시승해 보고 와 우리나라 차가 진짜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차와 비교하면 폴더폰에서 아이폰 넘어가는 간격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반도체 이슈로 3달 이상 걸린다기에 막연히 기다리는 중입니다.(8월 정도 나올 거로 예상)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이 기니 이것저것 다른 선택지 유혹이 마구 생기더군요.
옵션 포함해 가격이 4.5천 정도인데 어느 날 이 가격 정도에 살 수 있고 즉시 받을 수 있는 외제차를 사지 않을래?
라는 와이프의 말에 가성비충이었던 저는 유지비 때문에 고려도 하지 않았던 외제차를 한번 시승해 보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벤츠 쪽 취향이지만 와이프는 아우디였고 아우디에도 로망이 있기에 한번 시승하러 갔었어요.
A5와 A6를 염두에 두고 시승은 A6를 했는데... 오히려 그냥 k8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차를 사는 기준이야 다들 판단 기준이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제가 보는건 순서대로 기능성과 가성비, 그리고 디자인입니다.
브랜드 가치는 크게 신경 안씁니다. 주변에도 타는 차 브랜드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한번도 못 봤고요. 아반테도 그런거 없이 10년 가까이 잘 탔으니.
제가 A6를 시승해보고 k8보다 안좋다고 느낌 점이 뭔지 간단히 정리해봅니다.
1. 디자인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불호가 나뉘는데 둘 다 좋습니다. K8은 호불호가 좀 더 강하게 나뉘어 외형 디자인은 A6에 더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그런데 실내 디자인은 압도적으로 K8이 좋았습니다. 저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실제로 운전해보면 진짜 멋지고 정보 인지도 쉬웠어요.
다른 외관 디자인도 더 세련된 느낌이었고요. 클래식한 것을 선호한다면 A6가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스틱만큼은 A6가 좋았습니다. 다이얼은 깔끔하긴 한데 로망이 없음...
2. 기능성
이 부분이 가장 실망한 부분이었는데...
국산차에 비해 외제차가 네비 지원이 미약한 건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탑재 네비를 바로 쓸 수 있는 국산차에 비해 외제차는 다른 네비와 연동해 사용하는 것이 주된 사용법이죠. 이건 그렇다 치는데 요즘 차에는 다 들어있는 크루즈 콘트롤 기능을 사용해 보니, 국산차는 내비와 연동에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는 등 연동이 되는데 외제차는 이게 안되더군요. 크루즈 기능을 키고 시승해보는데 앞에 코너가 있는데도 앞차와 거리 줄이려고 막 가속하기 시작해서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있었습니다.
와이프와 저는 차에서 음악을 즐겨 듣는데 사운드 연결해보고 너무 별로라서 이 부분도 실망이었습니다. K8은 위 사진과 같이 전용 스피커 옵션도 다수 달려서 빵빵하게 들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좌, 우 깜빡이 켰을 때 뒤의 차를 카메라로 보여주는 기능 유무, HUD에 네비 연동 정보 표시 기능, 하이 패스 카드 슬롯 기본 탑재 등등 자잘한 편의 기능이 K8에서는 보였는데 A6에서는 볼수가 없더군요. 확실히 국내에서 자동차 편의성은 국산차를 따라 갈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사소한 거긴 한데.... 하단 터치 스크린이 무려 감압식입니다. 요즘 시대에...? 힘줘서 누르는 터치 스크린이라니... 누르는 느낌 받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건가...
승차감은 전 둘 다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와이프는 A6가 조금 더 좋은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일단 의자 좌석 쿠션 자체가 K8이 더 편했어요. 그리고 좌석 자체 기능으로 달릴 때 체형에 맞춰 조여주는 기능도 있었고요. K8은 여러명이 운전할 때를 대비해 좌석 위치도 기억해서 버튼 하나로 쉽게 바꾸는 기능도 있었는데(와이프와 둘 다 운전하는 저희에게 매우 좋음) 이건 A6에 있는지 확인은 못해봤네요.
3. 가성비
그럼 가격 차이가 얼마인가... A6가 프로모션 실구매가로 5.7천 정도 하더군요.
기능이 떨어지는데 구매가는 1.2천이 더 비싸다라... 유지비 포함하면 더 벌어지겠죠?
기능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저 가격을 더 주고 사는 셈인 건데 제 기준에서는 저울기가 그렇게 기울 정도는 아니더군요.
와이프는 그래도 아우디 이미지가 있으니 사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말하는데 시승해보고는 그렇게 권유하진 않습니다.
국산차가 옵션질로 이것저것 욕먹기는 한데 다 포함해도 외제차보다 훨씬 싸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은 다른 선택지에 흔들리지 않고 얌전히 원래 계약한 차나 기다리는 중입니다.
브랜드 가치를 기능성보다 더 중시해서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그것도 틀린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도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다만 최근 차를 시승해보니 국내차 성능이 외제차보다 뒤쳐지는 것이 없는 느낌이고 편의성 측면에서는 더 좋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